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중앙 정치인보다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 행정관료에게 더 많은 돈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3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현재까지 모두 6명의 전ㆍ현직 정치인에게 28억여 원의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밝혀졌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로비 대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인사들을 액수 순으로 보면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1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장인태 전 경남부지사 8억 원,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5억 원이다.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송 전 시장은 1989년 부산시 감사실장을 하며 박 회장을 알게 됐고 약 20년 동안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관료 생활을 하다가 김해시장ㆍ창원시장까지 오른 정통 지역 행정관료 출신.
송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때와 2006년 5ㆍ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경남도지사 후보에 나서며 5억원 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전 부지사 역시 1987∼1992년 부산시 공무원을 지냈고 2002∼2004년 경남부지사와 도지사 권한대행을 지낸 지역 행정관료로, 2004년 6월 경상남도지사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박 회장으로부터 8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박 회장으로부터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1억8천만 원(미화 12만 달러와 원화 2천만 원),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억 원,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상품권 1억 원어치를 각각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이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인인 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 행정관료에게는 `거액'을 전달한 반면 중앙 정치인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소액의 보험금'만 전달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인들은 `방패막이' 개념이지만 지역관료는 박 회장이 실제 관리하는 대상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따라서 이달 중순부터 전ㆍ현직 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줄소환이 예고돼 있어 이들이 받은 금품 액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 정치인보다 지역 행정관료에게 더 많은 돈을 줬다는 사실에 수사팀도 의아했다.

중앙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것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취지이지만 지역 관료에게 돈을 주면 행정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는 박 회장을 동원해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 5억원을 전달한 외에도 2005년 4월 중순 다른 지역 기업인들로부터 2억원을 추가로 조성해 건넨 것으로 드러나 `지역 큰 어른'임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건평 씨는 조사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김해에서만큼은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