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은 울상.."작년 매출의 30-50% 불과"

주말이자 '화이트데이'인 14일 갑자기 몰아친 꽃샘추위로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도에 머무르는 등 쌀쌀한 날씨를 보였지만 도심과 놀이공원 등에는 손에 손을 잡은 연인들로 북적였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종로 거리와 청계천, 신촌, 홍대 앞 등에 있는 백화점과 상점에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연인에게 줄 사탕과 초콜릿 등을 사려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붐비는 모습이었다.

회사원 이모(31)씨는 "두 달 사귄 여자친구에게 줄 사탕을 사러 나왔다"며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조금 비싸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날이니만큼 가능한 한 예쁜 것을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4)씨는 "여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사주고 싶어 일찍부터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고 있다.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지만 나름 생각한 것이 있어 여자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자친구와 함께 종로에 나온 대학생 김모(25)씨는 "주말에 갑자기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에 걱정을 좀 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생각보다 많이 춥진 않다"며 "만난 뒤 처음 맞는 화이트데이니만큼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화이트데이'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듯 젊은이들 속에 손을 맞잡고 거리를 거니는 중년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보러 종로에 나온 한모(41)씨는 "오랜만에 아이들을 집에 두고 처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나왔다"며 "젊은이들 틈에 섞여 있으니 결혼 전 연애할 때 생각도 나고 마음이 한층 젊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대목을 맞은 일부 상인들은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 작년보다 벌이가 시원찮다며 울상을 지었다.

대학로의 한 상점 주인 김모(47)씨는 "매출이 작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며 "초콜릿이나 사탕을 사려는 사람 수도 줄었지만,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사람들의 소비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고 현실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20년째 꽃을 팔아온 우모(58.여)씨는 "화이트데이가 마침 토요일이라 장사가 잘 될 거라 기대했는데 수입이 작년의 30%밖에 안 된다"며 "경제난 때문에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화이트데이 느낌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이밖에 서울 교외의 대표적인 테마 놀이시설인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 롯데월드 등도 화이트데이를 맞아 신인가수 미니콘서트와 커플포토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많은 연인에게 아담한 추억을 선사했다.

한편 기상청 관계자는 "내일 아침 서울지역 최저기온도 0도에 머물러 오늘보다는 다소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쌀쌀한 날씨를 보이겠다"며 "다음 주 초쯤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