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도 태도도 모두 풀이 죽어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한 달에 몇 번이나 일감을 구하느냐'는 장관의 질문에 머리가 희끗한 한 일용직 근로자가 "네댓 번 정도될까…"라고 들릴 듯 말 듯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1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동 새벽 인력시장에서 대기 중이던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인력시장에서 이 장관과 만난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일용직 노동자 최모씨(63)는 "일감이 없어 요즘 놀고 있다"며 "예전엔 한 달에 15일,못해도 열흘은 일감이 있었는데 올 들어 1~2월엔 매달 4~5번밖에 일감을 구하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변 인력소개소에서도 어두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요즘 인력시장에서 보기 드문 젊은 청년 축에 끼는 박종규씨(30)는 "건축물 도장이나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한 달에 10일 일하기가 쉽지 않다"며 "제발 일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력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용화 소장(55)은 "20년 이상 소개소 업무를 했는데 요즘이 가장 어렵다. 작년에 비해 일감이 크게 줄어 하루 5명 일자리 마련해주기도 어렵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는 장관을 붙잡고선 "일용직 노동자는 일년에 180일을 근무해야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일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이 장관이 방문한 곳은 양천구청이 마련한 '새벽 건설인력 근로자 쉼터'로 철근과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 관련 숙련공들이 일자리를 찾아 주로 모이는 공간.비숙련공들에 비해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편이지만 이곳 역시 거센 일용직 고용한파를 피하진 못하고 있었다. 예년에는 매일 새벽 150~20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가 모여 일자리를 구했지만 요즘에는 일자리 알아보러 오는 인력이 80명 수준으로 줄었다. 그나마 전국 각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인력도 하루 30~4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과 만난 이 장관은 "일용직 건설 노동자 10만명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참여한 사람들에게 하루 식대와 교통비로 1만5000원씩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