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운동부.특수학급 학생 시험 못봐"

전북 임실교육청의 성적 조작으로 시작된 학업성취도 파문이 서울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올해 실시될 `일제고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등 55개 교육.시민단체는 23일 오전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고교 9곳에서 운동부 학생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등은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운동부 학생들이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을 하고도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서대문구의 한 고교는 바둑, 골프, 탁구, 농구부 등의 학생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운동부 학생들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해 학교들이 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학업성취도 평가에 전국의 특수학교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수평가가 필요하다는 교과부 주장과 모순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적조작이 있었던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는 무효화해야 한다"며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서열화된 성적 공개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과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가 들어온 사례를 소개하고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내 한 고교에서 백지답안을 내거나 한 번호로 답안을 적어낸 경우를 제외하고 기초학력자를 줄여서 보고한 사례에 대한 제보가 있다"고 소개했다.

또 "특수학급 학생에게는 응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이는 특수학급 학생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제고사 반대 불복종선언'을 조직화하고 체험학습을 안내하는 학급 통신 보내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며, 회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일제고사 반대 학부모선언'과 다음달 10일 진단평가 때 체험학습 및 자녀 거부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일부 고교에서 운동부 학생들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성적을 부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운동부 학생들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당시 평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성적을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며 "일부 학교는 평가일이 전국체육대회와 겹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임형섭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