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립대 교수 10명 중 2~3명은 1년에 논문을 한 편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년에 연구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는 교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국립대 교수들의 '철밥통 문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주요 국립대 12곳(재학생 1만명 이상)의 최근 3년간 교수 연구업적을 분석한 결과,1년 동안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은 교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 12곳 중 연구 실적이 없는 교수 숫자가 줄어든 곳은 강원대와 전북대뿐이었다. 나머지 10개 대학은 연구 안하고 노는 교수 숫자가 오히려 늘었다.

국내 최고 국립대인 서울대의 경우 1년여 동안 연구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는 교수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2005년 103명(전체의 5.89%)이었던 연구실적 '제로' 교수는 이듬해 142명(8.11%)으로 39명 증가했다. 2007년에도 22명이 늘어 154명(8.78%)으로 집계됐다. 2005년에는 100명 중 6명이 연구실적이 없었지만 2년 뒤에는 100명 중 8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다른 국립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북대의 경우 2005년 170명(16%)이었던 연구실적 없는 교수 숫자는 2008년 218명(20%)으로 48명(4%포인트)이나 늘어났다. 전체 교수 5명 중 1명은 1년에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2007년 기준으로 주요 국립대 12곳 중 연구 안하는 교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제주대로 나타났다. 이 대학의 경우 2007년 교수 10명 중 3명(30.21%)이 논문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12.15%(6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10개 국립대 중 공부 안하는 교수가 가장 급격히 늘어난 대학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최치규 제주대 교무처장은 "2006년부터 연구업적 평가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SCI 또는 학술진흥재단 등재지 이상만 인정하면서 논문 편수가 줄었다"고 해명했다.

제주대 다음으로 연구 안하는 대학은 전북대로 조사됐다. 전북대 전체 교수 10명 중 3명은 연구 안하는 교수로 나타났다. 2007년의 경우 전체 교수 915명 중 28%인 257명이 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교수 신분별로는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들의 연구실적이 현저히 낮았다. 그만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셈이다. 경북대의 경우 정교수들의 논문제출 비중은 8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부교수나 조교수의 논문 제출 실적은 95%에 육박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이 50대 중반을 넘어가면 새로운 논문을 내기가 힘들다"며 "경북대는 정년보장 교수만 70%가 넘기 때문에 논문을 내지 않는 교수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정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까지 대상으로 했다. 연구실적에는 학술지능재단 등재 논문만 포함됐다.

성선화/이재철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