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인 경부고속철도 부산 금정터널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통식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2시40분께 경부고속철도 중 가장 긴 터널인 금정터널(20.3㎞) 14-2공구 서울 방향 2㎞ 지점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금정산 정상으로부터 지하 350m 지점이다.

이 지점은 동래 단층대가 지나가는 연약지반으로 구성돼 있어 공사가 매우 까다로운 지역이다. 토사가 무너진 곳은 총 20m 정도로 밝혀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금정터널이 일부 붕괴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국토해양부 장관,부산시장,외국 귀빈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정터널 관통식을 개최했다. 터널이 붕괴돼 안전이 우려되고 있음에도 이를 숨긴 채 국내외 귀빈을 초청해 관통식을 개최한 셈이다. 터널 안에서는 조그만 사고도 커다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함세영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흙이나 돌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시멘트를 발라놓고 관통식을 개최한 것은 건물 뼈대만 세워놓고 집들이를 한다며 손님을 초대한 꼴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터널 굴착공사 중에는 가끔 토사가 흘러내리는 사고가 발생하지만 통상적으로 응급조치를 실시한 뒤 또 다른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현장 조치로 끝낸다"며 "이번 사태도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토해양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