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부부라도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라면 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대책을 제공할 때 주택 보유 여부를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전성수 부장판사)는 손모(여) 씨가 SH공사를 상대로 낸 국민주택 특별공급대상자 부적격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손씨는 2003년 3월 서울 강동구 야산의 무허가 주택 한 채를 사들였는데 SH공사가 이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집이 철거됐다.

SH공사의 이주대책은 기준일인 2003년 7월9일 이전부터 사업구역에 무허가 주택을 소유해왔고 모든 세대원이 해당 건물 외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비록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아파트를 공급하게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손씨는 자신이 이주대책 대상자라며 아파트 공급을 신청했다.

그러자 SH공사는 기준일 당시 손씨 남편이 다른 곳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부적격 처분했다.

당시 손씨는 2003년 4월 이혼소송을 내고 집을 나와 주소를 옮기고 혼자 생활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다음해 11월 이혼 절차를 끝냈다.

손씨는 기준일 전부터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고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음에도 법률상 남편이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주택 세대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손씨는 혼인 파탄으로 기준일 전에 집을 나와 남편과 생계를 달리했으며 이후 이혼했다.

그럼에도, 당시 법률상 배우자가 주택을 소유했다는 점 때문에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으면 종전 생활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결혼이 실질적으로 파탄 상태라서 생계를 달리하거나 혼인 상태를 해소하려는 구체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비록 배우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해당 세대주에게 이주대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처분의 적절성을 판단할 때는 도시개발사업 시행으로 생활 근거지를 상실하는 자에게 종전 생활상태를 원상회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준다는 이주대책 제도의 본래 취지를 함께 참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