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50대 성전환자 성폭행 20대에 징역5년 구형

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을 검찰이 강제추행이 아닌 강간 혐의로 기소해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1996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강간죄 성립을 부정했지만, 2006년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대법원이 인정하는 등 최근 성전환자에 대한 법적·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어 재판결과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될지 주목된다.

부산지검은 1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기소한 A(28)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31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트랜스젠더인 B(58) 씨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 10만 원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검찰은 A 씨를 특수강도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부와 협의를 거쳐 이날 주거침입 강제추행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고, 주거침입 강간을 주의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으며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주거침입이라는 부분에 있어 두 죄명 모두 법정형은 징역 5년 이상으로 같지만, 죄질의 성격상 형량을 감경받는데 차이가 있다.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로 강간죄의 피해자를 부녀, 즉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30년 전 수술로 외모가 변한 B 씨를 '부녀'로 볼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1996년 비슷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의 생식능력이 없는 점, 남자로 생활한 기간(33년) 등을 고려할 때 트랜스젠더 피해자(당시 38세)를 강간죄가 규정한 '부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강제추행죄는 물을 수 있지만,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당시는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조차도 인정되지 않는 등 성전환자에 대한 법적·사회적 인식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었다.

하지만, 2002년 법원이 성전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성별을 인정해 국내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신청을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는 2006년 대법원도 인정했다.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 부산지법 제5형사부의 재판장인 고종주 부장판사가 당시 호적정정을 하급심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인 판사여서 이 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 판사도 이날 심리에서 "강제추행으로 기소한 검찰의 법률 적용에 의문이 들었고, 이후 피해자를 불러 성적 정체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나서 검찰과 공소장 변경을 협의했다"라고 말해 성전환자에 대한 강간 혐의 인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법해석을 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깨고 굳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강간 혐의를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어 다음 달로 예정된 선고에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