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교수 간 연봉차가 최대 5000만원까지 나게 됩니다. 모든 교수들이 해마다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100% 연봉제를 실시하는 곳은 중앙대가 국내 최초입니다. "

지난해 두산그룹의 재단 인수 이후 올해 입시에서 급부상한 중앙대의 박범훈 총장(사진)은 8일 "연봉제 도입에 반발하는 교수와 학교 간 갈등을 꾸준한 설득을 통해 무마했다"며 "앞으로 최하위 등급인 C등급 교수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연임이 확정돼 10일 새 임기를 시작하는 박 총장은 "대기업 재단의 학교 인수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보다 추진력 있게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라며 "국내 최초 100% 연봉제 도입도 이 같은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앙대 교수들은 내년부터 올해의 연구 및 교육 실적에 따라 4등급으로 구분된 연봉을 받는다. C등급은 하위 10%의 교수들에게 주어지며 최고 등급인 S등급과는 5000만원의 연봉차가 난다. 대신 교수들의 전반적인 연봉 수준을 지난해에 비해 11%까지 대폭 인상했다. 박 총장은 "1년에 논문 2편만 쓰면 C등급을 면할 수 있는데 그것도 하기 싫으면 교수 그만두라고 했다"며 "불만이 없진 않겠지만 그동안 풀어졌던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총장은 재단 인수 후 가장 큰 변화로 구성원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을 꼽았다. 그는 "든든한 재단이 들어오면서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며 "이젠 (돈 걱정없이) 안심하고 자신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넘친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솔직히 재단이 해야할 일을 총장이나 학교가 하다보니 학교 발전에 지장이 많았다는 게 박 총장의 고백이다. 그는 지난 4년간 직접 제작한 CD를 선물하며 400억원의 발전기금을 혼자서 모았다. 하지만 이제는 재단이 비슷한 규모의 현금을 내놓으면서 학생 장학금 혜택을 3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렸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하남캠퍼스 완공도 재단이 한 든든한 약속 중 하나다. 학교로 들어올 재단 전입금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두산효과'로 중앙대의 합격선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5~6점 가까이 올랐다. 특히 두산그룹과 연계가 쉬운 학과들의 커트라인이 눈에 띄게 뛰었고 예전엔 거의 없었던 특목고 학생도 300명이나 지원했다. 중앙대는 이 같은 '입시 호재'를 이어가기 위해 대입 자율화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박 총장은 "최근 대학가에서 불고 있는 대입 자율화 추세는 사실상 본고사 부활로 봐야 한다"며 "하지만 앞으로 본고사는 과거 국 · 영 · 수 중심의 본고사가 아니라 각 대학이 자체 개발한 대학별 고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든든한 후원으로 만들어진 성균관대의 휴대폰학과와 같은 신설 학과 개설도 논의 중이다. 박 총장은 "잘하는 데 거름 더 주자는 게 개인 철학이자 소신"이라며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상품(학과)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산그룹과 계약해 특정학과를 개설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중앙대가 두산의 인재양성소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다. 또 박 총장은 "중앙대에 들어온다고 두산에 취업할 수 있을 거란 환상에서 벗어나라"며 "우리는 모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글=성선화/사진=양윤모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