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여대생 살해범 강호순(38)이 2006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약 2년에 걸쳐 7명의 부녀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또다시 `사이코패스'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번지고 있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성 인격장애)'는 말 그대로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보통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며,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특징을 보인다.

특히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하는 등 책임감이 없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도 뉘우침 없이 합리화하는 등의 경향이 있다.

이들은 철저히 자신을 숨긴 채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오다가 이번 사건의 주인공처럼 어느 순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

이들의 특징은 타인의 권리를 경시하고 침해하는 행태를 보이며, 스스로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낮아 충동적 행동이 잦은 편이다.

전문의들은 이런 사건이 대개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아온 분노가 쌓일대로 쌓인 끝에 분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즉 평소 불만을 풀어내지 못하고 마음 속에 쌓아온 사람들에게 잦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몇년 전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판결 전 조사에서 `사이코패시(psychopathy.사이코패스 증세)' 진단을 받으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30대 무직자의 고시원 난동ㆍ방화사건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증상 가운데 하나라는 게 전문의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강씨가 경찰조사에서 양심의 가책을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대개의 범죄자들은 가까운 가족에게는 오히려 선한 모습으로 비쳐지려 하고,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 하려 하거나, 범죄 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갖는다.

하지만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같은 죄책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점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증상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씨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 일시적인 `충동이나 충격'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기 보다는 계획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으로 볼 때 이 같은 추정이 틀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보는 사이코패스 진단기준은 ▲체포 이유가 되는 행위를 반복하는 등 법적 행동과 관련된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하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타인을 속이며 ▲충동적인 행동을 하거나 ▲신체적 싸움이나 폭력 등이 반복됨으로써 불안정성 및 공격성이 나타나는 경우 등이다.

또한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고 학대하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점도 사이코패스의 진단기준에 포함된다.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이병철 교수는 "사이코패스와 혼동을 일으키는 `다중인격장애(해리성정체감장애)'는 주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증상"이라며 "강씨의 경우 다른 인격으로 행위한 게 없는 점으로 볼 때 다중인격장애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강씨를 단순히 정신병으로 보는 것도 오해라는 지적이다.

정신병은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을 동반하면서 대인관계 및 일상생활이 곤란하고, 직업을 유지할 능력이 떨어지면서 망상, 환청과 같은 정신적 증상을 동반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정석훈 전문의는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적 증상이라기보다 유전적인 소양과 양육과정에서 겪은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이 서로 영향을 줘 파생된 인격장애 질환"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겉으로 봐서는 다른 사람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더 이성적이고 지능이 좋을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