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첫날인 24일 충청과 호남지방에 갑자기 내린 폭설로 주요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등 사상 최악의 '귀성전쟁'이 벌어지면서 상당수 시민들이 귀성을 아예 포기하거나 다음 날로 미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 현재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은 모두 22만7천여대로 집계돼 애초 예상한 34만8천여대의 65%에 불과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폭설에 의한 교통대란으로 많은 시민들이 오늘 귀성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들이 30여만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일 귀성길에 오를 경우 이번 교통대란은 내일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경부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에서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면서 귀성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지난해 2월 도입한 '소요시간 예보'를 이날 처음으로 중단했다.

고속도로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러 소요시간 예측이 불가능할 뿐더러 현재 상황에서는 이같은 정보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도로공사측의 판단이다.

이러한 사상 최악의 '귀성대란'이 25일 오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날 귀성길에 오르려던 시민들은 귀성을 아예 포기하거나 귀성날짜를 연기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김 모(29)씨는 "당초 오늘 오후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으로 가려 했으나 폭설로 고속도로 진입로에서부터 차량이 정체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아예 출발을 포기했다"며 "내일까지 정체가 이어지면 이번에는 고향에 가지 않고 그냥 서울에 머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모(35)씨는 "연휴가 짧아 어느 정도의 정체는 예상했으나 뉴스를 보니 교통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같다"며 "내일 도로상황을 지켜본 뒤 귀성할지, 서울에 남을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속도로 진입로에서부터 정체가 극심해지면서 서초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전 노선 차량 출발이 1시간 이상 지체돼 승차표를 구매한 귀성객들이 귀성을 포기하고 표 환불을 요구하는 등의 혼란도 빚어졌다.

광주행 표를 구매했다는 정 모(30)씨는 "고속버스 출발이 계속 늦어지는데다 고속도로가 심각한 정체를 빚고 있어 오늘 승차표를 내일 출발하는 표로 바꿨다"며 "오늘 같은 차량정체가 내일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속버스터미널 매표소 관계자는 "극심한 고속도로 정체로 오늘 귀성을 포기하고 내일 출발하는 표로 바꾸는 승객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아예 환불을 요구하는 귀성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