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사망자를 낸 `용산 참사'에 대한 경찰의 책임론이 대두하는 가운데 경찰 내부 전자게시판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질에 반대하는 현직 경찰관들의 글이 잇따르는 등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의 글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경찰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농성자들이 화재를 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경찰도 다수 사상자가 나왔는데 왜 경찰만 비난받아야 하느냐는 게 대체적인 기조다.

22일 경찰청 내부게시판에 따르면 사고 이후 이날 오후 10시까지 경찰에 비판적인 사회 여론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 경찰청장 내정자의 퇴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이 120여 건 이상 올라와 있다.

사고 현장에서 감식 작업에 참가했다는 한 경찰관은 "사고 현장을 보면 농성자가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났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며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일에 대해 성급히 얘기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 책임자의 `조기 문책'을 주장한 한 여당 의원을 거론하며 "영화 속 악당 두목은 주인공의 공격을 받으면 자신을 호위하던 부하를 총알받이 등 방패로 쓴다"며 "법과 원칙을 독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경찰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방패, 희생물로 만들고 있다"며 비난했다.

다른 경찰관은 김 내정자가 사퇴할 경우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고위 간부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며 "경찰이 처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경찰청장직을 고사하고 용퇴를 각오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이번 참사는 최선을 다해 근무하다 본의 아니게 발생한 사고인데 일부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경찰 조직과 수뇌부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토사구팽'을 하고 있다"며 "우리 10만 동료 경찰관들은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