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운동장터 121층 건립 추진 … 서울시, 민자 사업 타당성 검토

최근 허용된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112층 · 555m) 인근에 9층(78m)이나 더 높은 초고층 빌딩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잠실종합운동장 전체 부지에 121층(633m)짜리 컨벤션센터를 짓겠다는 이 사업이 실현되면 서울 잠실벌은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의 경연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민간업체인 한호건설컨소시엄이 제안한 '서울 잠실 국제컨벤션 콤플렉스' 조성사업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사업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투자 사업들은 의무적으로 PIMAC에 사업성 분석을 하도록 돼 있다"며 "PIMAC 측에서 투자 적격 판단을 내리면 일반 사업자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토기간은 3~6개월 걸릴 전망이다.

이 사업을 구상한 한호건설 컨소시엄은 현 잠실운동장 전체 부지(17만9225㎡)중 88서울올림픽의 상징인 주경기장과 야구장,보조경기장만 남기고 수영장 학생체육관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대신 지하 5층~지상 121층 규모의 초고층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지상 112층짜리 제2롯데월드보다 9개층 더 높다. 부대사업으로 업무시설과 복합 생태공원,호텔 및 판매시설이 조성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갈 총 사업비만도 자본금 5000억원을 포함해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창현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지역의 전시장 가동률은 연간 65% 정도로 거의 완전가동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컨벤션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잠실 컨벤션센터를 비롯해 대규모 전시공간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소장도 "삼성동 코엑스 및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과 연계할 경우 국제회의 및 전시회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경쟁력이 강화되는 한편 컨벤션 쇼핑 스포츠 생태 등 복합적인 관광자원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업을 제안한 한호건설 측 역시 최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호건설 관계자는 "당초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일각에서 재원 조달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체 투자자를 섭외해 수정된 자금조달 계획을 서울시에 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잠실 일대 재건축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데다 제2롯데월드 건립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인근에 초고층 컨벤션센터까지 지어질 경우 이 일대가 지나치게 과밀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만만찮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비록 사업성이 있더라도 이 지역의 교통이나 주거 및 업무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초고층으로 지어질 제2롯데월드 사업과 더불어 다시 한번 이 같은 분석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에 개발안을 제출한 한호건설은 1991년 창립 이후 주상복합 아파트,오피스텔,오피스 빌딩 등의 개발사업을 통해 성장해온 부동산 개발회사(디벨로퍼)다. 지난해 분양된 경기도 고양 덕이동의 하이파크 시티(신동아 파밀리에) 시행사이기도 하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