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출입금지 펜스에 北측 CCTV 있다

피살사건 규명 열쇠 가능성

금강산 관광 중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의 진상 규명이 북한 측의 협조 거부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사고 지점 부근에 북한 측이 운영 중인 폐쇄회로(CC)TV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아산이 공개한 금강산 해수욕장 사진을 확대해 보면 박씨가 넘어갔다는 군사경계선 부근 북측 영내에 CCTV로 보이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점이 육안으로 파악된다.

북한 측이 감시를 위해 CCTV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박씨의 움직임이 포착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은 비무장 여성 관광객이 북측 초병의 총격에 사망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실체에 접근할 길이 차단돼 있는 만큼 CCTV에 어떤 내용이 기록돼 있느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북한 주장에 따르면 치마 차림의 중년 여성이 성인 남성의 조깅 속도로 이동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의문이 CCTV로 인해 해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박씨가 평범한 여성 관광객이었다는 점을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어두웠는지 아니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았는지도 촬영된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남측의 현장조사 요구를 강경 어조로 거부한 북한의 태도에 비춰 설령 박씨의 움직임이 잡혔어도 북측이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CCTV가 최소한 '우리 조사 결과를 믿으라'는 북측의 일방적 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북측이 CCTV의 존재를 인정하고도 더 이상의 자료 확인을 거부한다면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격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합동대책반 산하에 진상 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을 설치키로 했다. 합동조사단은 통일부 고위 공무원을 단장으로 하고 총리실,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는 진상 규명과 함께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는 북한 측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