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대표적인 화이트컬러 범죄인 뇌물과 횡령이 절도나 사기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들은 뇌물과 횡령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등 법원과 국민의 인식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김석수 위원장)는 일반국민 1000명과 전문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양형(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정하는 것)인식과 형사사건 피고인 4만2000명의 판결문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발표했다.

일반국민 1000명에 대한 조사에서 739명은 "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없다"고 답해 법원에 대한 불신이 많음을 내비쳤다.

반면 "일관성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99명에 그쳤다.

학력이 높고 소득이 많을수록 불신의 정도가 심했다.

어떤 범죄가 더 중한 범죄인가에 대한 인식에서도 판결과 국민들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다.

국민들에게 범죄의 중대성을 1∼10점까지 점수화하도록 한 결과 뇌물수수 6.3점,횡령 5.0점,절도 4.9점,사기 4.7점 순이었다.

하지만 실제 판결 등을 통해 느끼는 것은 뇌물수수 및 횡령이 1∼2점 사이이고 절도 2점,사기 3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생각하는 범죄의 중대성과 현실판결 간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또 일반인이 뇌물수수와 횡령사건에 적용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형량은 각각 37.8개월,30개월인 반면 법원 판결에 나타난 통계형량은 둘 다 10개월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판결보다 3배 이상 무겁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살인,주거침입절도강간,음주 뺑소니 치사,흉기휴대 상해,어린이 강제추행,존속상해(법정형 높은 순) 등 10가지 범죄 유형을 놓고 '가장 중대한 범죄는'이라는 질문에 일반인들은 음주 뺑소니 치사를 1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주거침입절도강간과 어린이 강제추행,존속상해,살인 순으로 꼽았다.

현행 법정형은 살인(형량 평균 30개월)을 가장 중대한 범죄로 판단했다.

'어떤 범죄의 양형기준이 시급한가'란 질문에 국민들은 살인,교통범죄,성폭력,식품ㆍ보건범죄 순으로 지적했고 뇌물 등 부패범죄를 아홉째,재산범죄를 열 번째로 선택해 직접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신체적 법익에 우선순위를 뒀다.

반면 전문가들은 교통범죄,뇌물 등 부패범죄,기업범죄,살인범죄,선거범죄 등의 순으로 골라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법원이나 판사마다 들쭉날쭉한 '고무줄 양형'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양형위원회는 내년 4월까지 양형기준을 세울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