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지시 하고 '정부타도' 구호로 선동


"회원 여러분~. 마로니에 옆 방통대 앞으로 모여 주세요."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인 '2MB탄핵 투쟁연대'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지난 25일 밤 청계광장에서 벌어진 가두시위를 직접 지휘하는 장면이다.

이 카페는 홈페이지 전면에서 '부도덕,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자사고,대운하'를 분명한 투쟁 대상으로 밝히고 있다.

카페 이름처럼 한눈에 안티 이명박 사이트임을 알 수 있다.

경찰이 27일 '2MB탄핵 투쟁연대' 등 5개 단체를 불법 촛불집회의 배후로 지목, 본격 수사에 착수한 배경이다.

경찰은 그동안 '정부 타도''이명박 탄핵' 등 정치색을 띤 구호들이 난무했음에도 불구,증거 수집 활동에만 전념했다.

자칫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해 더 큰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동안은 어린 학생이나 주부 등 순수한 목적의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수세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가 '도'를 넘어서면서 공안 당국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촛불집회의 불순한 의도와 배후를 캘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도 강경 대응의 배경으로 보인다.

◆경찰이 지목한 5개 단체는

경찰은 2MB 탄핵 투쟁 연대,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다함께,미친소닷넷 등 5개 단체를 겨냥했다.

모두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이번 촛불집회를 주도해 왔다.

카페에 들어가 보면 불법 시위를 선동하는 자극적인 문구들, 사진, 동영상들로 꽉 차 있다.

이들의 타깃이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친소닷넷'은 사이트 이름처럼 아예 작정하고 광우병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항의 게시판에는 근거도 없이 내지르는 욕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외에도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는 이번 시위의 '컨트롤 타워'라고 불릴 정도로 사실상 시위를 전면에서 주도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밀리면 시청으로,숭례문,서울역으로 가라"는 등 시위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지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단체들은 촛불문화제를 빙자해 불법 야간 집회와 가두 시위를 주최,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고 시내 주요 간선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하는 등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치밀하게 준비된 정황 포착

이들 5개 단체의 반정부 구호는 촛불집회 현장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며칠간 시위 모습을 지켜보던 경찰은 지난 26일 마침내 촛불집회가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고 단정했다.

과거 시위를 주도했던 사람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시위대 앞에는 자전거를 탄 선발대가 있어 행진 코스를 이끄는 경우도 있었다"며 배후 세력의 존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시위 주도 세력의 변화도 배후 세력의 실재를 방증하는 대목.촛불집회 열흘째까지만 해도 중ㆍ고교생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거리 점거에 나선 지난 24일부터는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현장을 메웠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의 선동성 발언은 27일에도 계속됐다.

한 여성 발언자는 "의료보험이 민영화된다"며 "부자들은 좋지만 우리 아기와 가난한 사람들은 살기 어려워진다"며 시위대를 부추겼다.

이는 요즘 인터넷에 떠다니는 '공공서비스 괴담' 중 하나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주장했다.

이명박 타도와 대통령을 미치광이로 표현한 시위 문구와 구호도 여전했다.

일부 발언자는 '미친소 너나 먹어''미국 현지 답사단은 뭘 보고 왔냐'며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불만을 토해냈다.

◆정치권도 배후 논란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촛불 시위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선량한 국민을 선동하는 일부 주동 인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배후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쇠고기 장관 고시 강행을 위해 국민 탄압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한나라당도 미래 세대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병일ㆍ박민제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