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신원확인ㆍ출석요구에도 여전히 베일 속
입국ㆍ신병인도 불투명…`영구미제' 가능성도


프랑스인 집단거주지인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영아(갓난아기) 유기' 사건에서 경찰이 영아 2명의 부모 신원을 재확인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아직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경찰은 프랑스인 장-루이 쿠르조(40)씨 부부가 영아들의 부모란 사실을 거듭 확인했음에도 이들이 언제 어디서 아이을 낳아 왜 냉장고에 유기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 부부의 자백 혹은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사건 해결의 핵심 열쇠로 보고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쿠르조씨의 아내 베로니크(39)씨가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2003년 12월 이전에 출산과 유기가 이뤄졌기 때문에 2년8개월 이상의 시간 공백이 있어 이들의 진술 없이는 출산과 유기에 관해 규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이 17일 베로니크씨를 입건해 피의자로 신분을 바꾸고 외교 경로를 통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키로 한 것도 신병 확보가 사건 해결의 최대 관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이들 부부가 한국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 조기에 입국해 사건의 진실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는 영아들의 부모가 아니며 한국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 데다 현지 변호사가 이들의 자진 입국을 만류하고 나선 것으로 볼 때 한국 경찰의 출석요구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베로니크씨가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기소중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소중지가 되면 신병 확보시까지 수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는 데다 베로니크씨가 해외 도피 중인 수배자 신분이 돼 프랑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하는 2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프랑스 사법당국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한국 측에 인도하는 방안과 프랑스 측에서 직접 수사를 통해 사건 실체와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방안 등 두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프랑스 간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 여론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프랑스 측이 순순히 이들의 신병을 한국에 넘겨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피가로는 최근 "프랑스와 한국이 1995년 사법 공조 협약에 서명했으나 프랑스는 관례적으로 자국민을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사법당국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개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일각에선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경찰은 어디에서 수사가 이뤄지든 간에 사건의 실체는 시간이 지나면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베로니크씨가 영아들의 엄마로 확인돼 영아 유기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음으로 한국에서든 프랑스에서든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수사가 진행되면 어디에서든 사건의 실체는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