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국가권력 남용 불법행위에 대한 민ㆍ형사상 시효를 배제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 평가하면서 `범위가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고문ㆍ집단학살 등 반인류(反人類)ㆍ반인륜(反人倫)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며 유엔 인권위원회 등도 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민ㆍ형사상 시효 배제 범위를 과연 어디까지로 잡아야 하는지 정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웅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공소시효 조항에 예외를 둔 국내 입법례도 지금까지 조금씩 있었다"며 피의자 해외 도주시 공소시효 정지를 규정한 형사소송법과, 공소시효 정지와 적용 배제를 명시했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특별법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처럼 어느 정도 문제 제기가 됐기 때문에 이론적 공감대는 법학계에 형성돼 있는 셈"이라며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를 본격 논의하고 범위도 더 넓히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 국내에서까지 공소시효를 배제할 것이냐 등 법 적용상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남아 있으나 대통령 발언의 구체적 내용을 접하지 못해 상세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국가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중단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해 온 것이며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각계의 요구를 묵살하고 비리 연루 정치인들의 사면을 단행한 점에서 대통령의 성향이 `반(反)개혁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번 제안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도록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자세한 내용을 몰라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곤란하지만 대통령이 정치적인 의미로 할 수 있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정치적 수사(修辭)'로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