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많은 성원이 없었다면 무택이를 양지바른 곳에 안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박무택씨 등 1년 전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산악인 3명의 시신을 수습하러 떠났던 엄홍길(45.트렉스타)씨가 이끈 휴먼원정대가 박무택씨의 유품을 가지고 13일 타이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3월14일 히말라야를 향해 떠난 지 91일 만이다. 이날 공항에는 가족들과 산악 관계자들, 엄사모(엄홍길을 사랑하는 모임), 2005희망원정대 등 50여명의 환영인파가 휴먼원정대의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원정대원들은 출국 전보다 10여㎏씩 살이 빠지는 등 수척해졌지만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휴먼원정대는 지난달 29일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8천750m)에서 잠들어 있는 박무택씨의 시신을 수습해 세컨드스탭(8천600m) 위에 돌무덤을 만들어 안장했다. 지난 4일에는 베이스캠프에서 박무택, 장민, 백준호를 비롯, 휴먼원정대를 응원하러 갔다온 뒤 고산병으로 숨진 한승권 계명대 산악회 OB회장 등에 대한 위령제를 지내고 그들의 이름을 묘비에 새겼다. 휴먼원정대는 박무택씨가 사용했던 선글라스와, 안전벨트, 안전고리 등의 유품을 유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수습해왔다. 엄 대장은 "에베레스트에서 날씨와 몸 상태 등 여건이 좋지 않았을 때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결국 무택이에게 한 약속을 지키게 돼 마음이 편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원정길 중에서 가장 장기간 산에 머무른 엄홍길씨는 "굉장히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국민이 성원해줘 무택이를 티베트 고원과 네팔의 히말라야가 훤히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묻고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엄홍길씨와 원정대원들은 입국한 뒤 이날 오후 1시 계명대 성서캠퍼스 내 바우어관 시청각실에서 열리는 합동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들에 대한 희생 정신을 기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