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의 조기 정착을 강하게 추진했음에도 서울대 등 이른바 선도대학이 체제 전환을 거부함에 따라 의사 양성에 `4(학부)+4(대학원)'의 전문대학원과 `2(예과)+4(본과)'의 의과대학이 공존하는 `어정쩡한 학제 동거 체제'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교육부는 전문대학원 전환 여부를 `두뇌한국(BK) 21' 사업 및 법학 전문대학원 전환과 연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반면 대학측은 `신판 연좌제'라며 반발하고 있고 입시정책에서도 `책무성'과 `자율성'을 따지며 사사건건 맞부딪치고 있어 교육당국과 대학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대학원 정착 대신 `이원화 학제' 고착 = 교육부는 5월초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전국 33개대에 공문을 보내 2008~2009학년도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기를 희망하는 대학은 5월 21일까지 신청하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전환을 2단계 BK21 사업 등과 연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 전문인력 양성 체제 조기 정착을 촉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가 잇따라 전환 거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각 대학은 신청기한을 6월4일로 늦추면서 의대학장협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각자 알아서 하자'는 식의 결론 밖에 내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강원대, 전남대, 충남대, 제주대 4곳만 추가로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기로 해 국립대는 서울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꾼 반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아주대, 중앙대, 한양대 등 주요 사립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의학 전문대학원은 가천의대, 건국대, 경희대, 충북대가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모집했고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북대, 포천중문의대는 2006학년도부터 학생 선발을 시작하며 이화여대가 2007학년도부터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꿀 예정이다. 따라서 2009학년도에는 전국 41개 의대 가운데 14개대가 961명을 뽑게 된다. 치의대는 전국 11곳 가운데 경북대와 경희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가 2005학년도, 부산대는 2006학년도에 전문대학원 체제로 각각 바꿨거나 바꿔 420명을 선발하며 추가 전환 의사를 밝힌 대학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이다. 교육부는 그러나 학내 절차 등을 이유로 몇개 대학이 전환 의사만 밝히고 공식 서류 접수 기간을 1~2주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 만큼 전환 대학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8학년도에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려면 2006학년도 학부생 모집을 중단해야 하지만 2009학년도에 바꿀 경우에는 2007학년도부터 학부생을 선발하지 않으면 된다는 점에서 내년까지만 결정하면 되는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고 언제라도 추가로 접수를 하겠다는 게 교육부 복안이다. ◆법학 전문대학원 등과 연계땐 더 큰 갈등 = 전환을 희망하는 대학에는 교수정원을 늘려주고 교육과정 개발비(1억원)와 실험ㆍ실습장비 구입비(국립 6억~8억원, 사립 8억~10억원)을 2~3년에 걸쳐 지원하는 등 행ㆍ재정상 혜택이 제공된다. 갈등의 소지는 교육부 정책을 거부하고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 대한 조치에 있다. 교육부는 이미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2단계 BK21 사업에서 배제하고 2008학년도부터 도입될 법학 전문대학원 선정 때 의ㆍ치의학 등 다른 분야 전문대학원 전환 실적도 평가항목에 포함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BK21 사업으로 양성하려는 인력이 5~10년 이후 산업을 선도할 대학원 중심 복합학문 분야인 만큼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그 분야 프로젝트에서 지원 대상에 선정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BK21 사업은 과학기술ㆍ인문사회ㆍ지방대ㆍ특화사업 분야에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2천억원 안팎씩 7년간 1조1천677억원을 투입한 사업으로 내년부터 2단계 사업에 들어간다. 아울러 2010학년도부터 `4+4' 및 `2+4'의 이원화 체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법령을 개정해 강제로 전문대학원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일원화 체제로 갈 지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2단계 BK21 사업과 법학 전문대학원을 유치하는 게 대학가에 `사활이 걸린' 최대 현안이어서 교육부의 연계 방침에 대해 전환을 거부한 대학 등이 강력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는 최근 ▲전문대학원 전환 여부에 대한 개별 대학의 자율적 결정 보장 ▲법학 전문대학원 설치 허가 연계 방침 철회 ▲의료인력 졸업후 교육 강화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협의회는 "교육부가 대학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신판 연좌제 논리로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권위주의적 행정을 펴고 있으며 의학발전과 무관하게 국민건강을 볼모로 입시과열 해소 등을 위해 의학교육 정책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교육부는 전문대학원 체제에 반대하는 대학들의 논리가 수업연한이 늘어나국민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해 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면서 수업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