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내부 통신망에 일부 외교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고해성' 글이 올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과 기업의 불법 대선자금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공개된 이 글은 공무원 사회 일각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최근 내부 통신망인 '나눔터'를 통해 "사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저녁 먹고 술 한잔 하고는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 우리 부하 직원들도 '당신이 하는데 우리는 못할 게 있느냐'고 작당하여 공금으로 밥을 먹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1박2일 출장 예정인데 2박3일로 출장비 끊어가서는 차액을 챙기는 상사', '겸임국 신임장 제정을 위해 부인과 함께 출장시 딸을 동반하기 위해 출장계획서와 지불결의서에 총무직원 이름을 함께 올려 출장비를 타서는 직원 대신 사랑하는 딸을 동반하는 대사' 등의 부패 사례를 소개했다.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참석자 수를 부풀려 챙긴 몇 백달러가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요. 아래 직원들이 그 추잡함을 모르겠습니까. 공관 부하직원은 물론이고 업무 보조원, 교민회 직원, 민간상사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겠습니까"라며 그는 부패한 상사들을 원망했다. 이어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예, 예'하며 면종복배하지만 속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아실 겁니다"라며 자괴감을 토로한 뒤 "그동안 여러 과장 국장 대사 총영사 밑에서 일하면서 그 상사들 중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이 극소수였다는 점에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급 음식점에서 직원들을 외국인으로 둔갑시켜 기름진 음식을 대접하는 상사보다는 우동이나마 자기 주머니에서 낸 돈으로 먹으면서 직원들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상사가 좋습니다"며 "향기나는 상사들을 뵙고 싶습니다"고 글을 맺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조영재 외교부 기획관리실장은 "토론방 게시내용이 이미 외부에 공개됐기 때문에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감사관실에서 조사에 착수키로 결정했다"며 "감사 결과 사실내용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윤영관 장관이 부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부서내 문제점을 통신망에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를 계기로 지난 10월 이후 여러 글이 올라왔다"며 "그중 한 직원이 과거 일부 외교관들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고,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자유롭게 글을 올리게 한 것은 외교부가 '부끄러운'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내부적인 업무혁신을 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현재 외부기관에 조직 진단을 의뢰하는 등 종합적인 기능 재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