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5백억원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가 15일 대검청사에 자진출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10시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전 10시35분께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대검 청사에 도착해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한나라당 남경필 신경식 권철현 이재오 주진우 이주영 오세훈 의원 등 당 관계자 10여명과 악수를 한 뒤 사진기자들이 설치한 포토라인에 섰다. 감색 양복 차림에 약간 굳은 표정의 이 전 총재는 '5백억원 외에 추가 자금이 있느냐''직접 보고를 받았는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라고 짤막히 답했다. 이어 이 전 총재는 2층 민원실을 통해 7층 중수부장실로 올라가 약 5분 동안 안대희 중수부장과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총재가 "본인이 모두 책임질테니 관련자들을 선처해달라"고 얘기하자 안 중수부장은 "이 전 총재도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전 총재는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위해 11층 1113호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총재가 조사받고 있는 1113호는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곳이다. 이날 조사는 유재만 중수2과장이 맡아 오전 11시께부터 시작됐다. 두시간 뒤인 오후 1시께 이 전 총재는 이상형 정인봉 변호사와 함께 심규철 김무성 권철현 신경식 의원 등을 30분간 접견한 뒤 검찰에서 주문해준 미역국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불법 자금 모금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캐고 있으며 구속된 이재현 전 재정국장과 서정우 변호사도 불러 함께 조사했다. 이날 대검 청사에는 한나라당 의원 10여명뿐만 아니라 이 전 총재를 보좌해왔던 이흥주 전 특보 등 측근 그룹이 이 전 총재를 마중나왔다. 또 서정우 변호사와 함께 '부국팀'을 이끌었던 이정락 변호사도 모습을 보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