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협회 정장호 회장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 있다. 바로 '노래의 날개위에'라는 CD세트다. 이 CD세트에는 '마루'가 뽑은 청소년을 위한 노래 1백선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마루'는 정 회장이 지난 95년에 만든 (사)마루음악연구원에서 따온 것으로 '산마루' '대청마루' 등에 사용되는 순 우리말. 정 회장은 (사)마루음악연구원 외에 마루홀딩스 CP마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마루는 대중적이면서도 경건한 장소를 의미한다"며 "너무 뜻이 좋아 회사 이름에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노래보급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당시 LG정보통신 사장이었던 그는 은퇴 이후의 삶을 구상하다가 음악연구원을 만들어 노래보급을 하기로 했다. "해외출장을 가서 가장 부러웠던 게 노래를 부르고 시를 즐기는 선진국 사람들의 생활이었습니다.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국민들이 즐거운 생활을 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우리는 전쟁을 겪으면서 삶이 각박해졌습니다.그래서 '노래를 부르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95년에 마루음악연구원의 전신인 세계군악연구원을 만들어 각종 음악회를 개최하고 '군악'공모를 하는 등 문화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 해에는 '애창군가 1백선집-우리 모두 하나로'라는 CD세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 CD세트는 지금까지 3천여개가 배포됐다. 그리고 올해는 장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노래의 날개위에'를 제작했다. 이 CD세트는 팝송 민요 가곡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1백7곡을 설렘 추억 기쁨 사랑 그리움 등 5개 테마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노래는 정 회장이 직접 골랐다. "우선 강남구 서초구 등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에 무료로 배포했습니다.반응이 각양각색입니다.너무 고맙고 더 얻었으면 좋겠다는 학교도 있지만 별 필요없다며 반송해 오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노래의 날개위에'는 지금까지 4천여 세트가 제작됐다. 장은문화재단에서 6천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제작비가 이미 1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반응만 좋으면 매년 이런 음악보급운동을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음반회사에서 유료로 팔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보급이 목적인데 상업적 판매는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우리 가곡 '목련화'와 비틀스의 'Let it be'를 즐겨 들어요.예전에는 몰랐는데 가사가 너무 좋더군요" 노래보급운동을 펴고 있는 정 회장은 요즘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삶'에 푹 빠져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