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사업이 뒤뚱거리고 있다. 정치논리와 지역민원에 밀려 곳곳에 중간역이 추가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저속철'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서울∼부산 2시간내 주파'라는 당초 계획이 선전용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잇단 기본계획 변경으로 사업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고속철 효과'는 기존의 새마을 열차를 대체하는 데 그치고 승객들의 요금 부담만 높일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눈덩이' 사업비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지난 89년 인천국제공항 건설과 함께 2대 국책사업으로 결정돼 이듬해 최초 계획이 수립된 이후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기본계획이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5조8천4백62억원에 불과하던 사업비가 당초 계획의 3배가 넘는 18조4천3백58억원으로 늘어났고 이번 중간역 추가건설 결정으로 또다시 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오송 김천ㆍ구미 울산 등 3개 중간역을 신설하더라도 역당 사업비가 1천2백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사업비는 4천억원 미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가다 서다' 저속철 =이번에 중간역 3곳이 추가로 건설될 경우 경부고속철도의 역간 평균거리는 82.4km에서 48.8km로 줄게 됐다. 특히 천안ㆍ아산역에서 오송역까지의 거리는 28.6km밖에 안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속철도가 가속했다가 다시 감속하는 거리 등을 감안할 때 역간 거리는 80km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조남건 연구위원은 최근 '고속철도가 국토의 공간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자료에서 외국의 고속철도 운행 경험상 80km마다 기술적인 서비스를 지원해 줄 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고속철도 기술을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역간 평균거리가 1백10km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교부는 우리나라와 국토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37km,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진행중인 대만은 38.3km마다 역을 설치했다고 설명하며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