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에 대한 오답 시비가 잇따르고 외국어영역의 일부 지문이 시판 중인 문제집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수능 문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부산 일선고교 진학담당교사 등은 외국어 영역 짝수형 38번 문제 지문과 49∼50번 문제 지문 등 2개 지문이 서울 마포구 소재 N출판사의 문제집에 나온 것과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 정답이 틀렸다며 일부 교수와 일선 고교 교사 등이 이의를 제기한 문항 역시 언어영역과 사회탐구영역과 과학탐구영역의 화학Ⅱ 등에서 5문제에 이르고 있다. 외국어 영역의 참고서 유사 지문 출제 논란의 경우 짝수형 38번 문제 지문이 N출판사 문제집의 지문과 단어가 비슷한 뜻의 다른 단어로 바뀌고 일부 문장이 추가됐을 뿐 거의 유사하며 질문의 취지 또한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9∼50번 문제 지문은 수능이 모의고사 문제지보다 다소 길 뿐 번역 내용이거의 유사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38번 지문은 문제집 지문과 원전이 우연히 일치했으나 출제 중 많은 부분이 개작돼 요지 외에는 상당부분 바뀌었고 49∼50번 지문도 모 영어주간지에서 발췌했으나 이 역시 출제위원들이 많은 부분을 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답 시비의 경우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에서 비슷한 요소를 묻는 언어영역 짝수형 17번 문제에서 평가원은 '고향'의 '의사'와 '미노토르의 미궁'의 '미궁'이 유사하다는 답을 냈으나 일부에서는 '의사'와 유사한 것은'실'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춘향전과 호랑이 민화를 제시한 뒤 이들 작품이 나온 시대상에 대한 서술 보기 중 틀린 것을 고르는 사탐 예체능계 71번의 경우 평가원은 '관동별곡, 사미인곡등 가사문학이 발달하였다'를 정답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글 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가 유행했다'는 보기도 춘향전 등의 경우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글 소설이 나왔다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이 역시답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조선시대 시대상을 묘사한 지문을 주고 이를 토대로 조선후기 향촌사회 모습을 설명한 보기 중 틀린 것을 찾는 사탐 인문계 67번 문제에서도 평가원이 제시한정답 외에 "사족들은 족보와 종계를 기반으로 향촌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켜갔다"는 내용도 조선후기 역사적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4가지 화합물의 루이스 전자식을 제시한 뒤 이들 분자의 특성과 구조를 설명한 보기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르는 과탐 자연계 화학Ⅱ(홀수형) 67번은 BH₃의 구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BH₃는 매우 불안정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극히 짧은 시간만 존재하며 실제 구조 또한 평면삼각형으로 확정할 수 없고 오히려 사면체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평면삼각형으로 설명한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원은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고교 수준에서 루이스 전자식을 통해분자의 구조를 예측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라며 "BH₃구조도 평면삼각형이지만매우 불안정해 바로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서 입체구조가 된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평가원의 이양락 수능연구부장은 "매년 수능문제에 대해 오답이라는 이의 제기가 20여건 정도 접수된다"며 "올해 이의가 제기된 문제들도 모두 출제과정에서 논란가능성과 정답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