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의 영자신문인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의 청입셍 편집국장이 한국언론재단(이사장 박기정) 초청으로 내한해 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연수센터에서 강연에 나섰다.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싱가포르 최대의 미디어그룹 싱가포르 프레스 홀딩스(SPH)소속으로, SPH는 4개국어로 15개 일간지와 6개 잡지, 그리고 자회사인 미디어워크스를 통해 영어방송과 중국어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1987년부터 스트레이트 타임스의 편집 책임을 맡고 있는 청입셍 국장은 신문,방송, 인터넷의 통합뉴스룸 운영 경험을 설명하며 멀티미디어 시대 신문의 활로에대해 역설했다. "4년 전 싱가포르에 미디어 교차소유가 허용되자 우리 신문의 지주회사도 방송에 투자하면서 통합뉴스룸 운영을 진지하게 검토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한 언론사를 방문하니 한 기자가 라디오 뉴스 리포트를 한 뒤 사무실에 들어와 인터넷 기사를 작성하고 TV 뉴스를 전한 다음 신문용 기사를 쓰더라구요. 시카고 트리뷴의 계열사에서도 모든 신문기자를 TV 겸용 기자로 훈련시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면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때는 타임 워너 그룹과 아메리칸온라인이 합병할 때여서 멀티미디어 통합시대가 대세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확신이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자들이 TV에 치중하다보니 신문기사를 작성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베테랑 신문기자들을 방송에 투입하면 시청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시청자들은 심층 분석보다 앵커가 말하는 기술이나 캐릭터에만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300명의 기자 가운데 13명의 기자만이 신문과 TV에서 동시에 일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트리뷴에도 6%의 기자만이 TV와 신문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갖췄다고 들었습니다. 멀티미디어 통합전략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성공을거둘 수 없는 것이지요. 통합보다 각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힘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대신 새로운 정보는 신문, TV, 인터넷 기자들이 모두 공유할 수있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는 젊은이들이 점점 신문을 읽지 않는 경향을 우려하며 신문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편집인회의에서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100년 전에는 일주일에 10시간을 매체를 접하는 데 활용했으며 그 대부분이 신문을 읽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60시간으로 늘어났으나 그중 6시간만 신문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TV, 인터넷, 모바일 등에 쓴다고 하더군요. 캐나다의 토론토스타도 2010년에는 20대 가운데 9%만이 신문을 읽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스트레이트 타임스의 경우에도 지난 10년간 20대 독자가 32%에서 23%로, 15∼19세 독자는 13%에서8%로 떨어졌습니다." 청입셍 국장과 동료들은 젊은이도 나이가 들고 가정을 이루면 신문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18세까지 신문을 읽지 않으면 그뒤로도 평생 신문을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영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젊은이들을 독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젊은 인력을 편집 간부로 배치하는 한편 일요판을 개정하고 콘텐츠의 외관을 젊게 만들고 있다. 청입셍 국장은 "신문의 장래가 중요한 것은 사회적 역할 때문"이라면서 "신문이 없다면 사회적 긴장이나 갈등의 배경을 정확하게 알 수 없고 해결방안을 찾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좋은 신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