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의 상처를 씻어내기 위한 재기의 삽질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식수와 의약품, 일손과 중장비 등 기본 구호물품과 인력.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복구작업이 곳곳에서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공무원과 군인들이 속속 복구현장에 투입되고 전국 각지에서 물자지원과 자원봉사가 잇따르고 있으나 피해현장이 워낙 넓고 규모가 커 도움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4리 여우천마을(8가구)은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유일한 진입로인 농어촌도로 500여m가 유실되고 전기공급 마저 중단돼 사실상 고립된 채 16일 현재 5일째 암흑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봉화군은 공무원 10여명과 굴착기 3대, 덤프트럭 1대를 동원해 복구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평소 하루 45만원이던 굴착기 1대의 사용료에 `운반비' 명목의 40만원이 추가되는 등 사용료가 올라 장비 추가 투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소천면사무소 관계자는 "강원도 태백과 강릉까지 연락했지만 중장비를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고 가까스로 연락이 닿는 곳도 너무 많은 웃돈을 요구하고 있어 빌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송방마을과 오무마을(30여 가구)도 폭우로 왕피천이 불어나면서 2㎞ 가량의 군도가 유실돼 5일째 전기공급을 받지 못한 채 복구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태풍이 강타한 후 나흘째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부산 가덕도 주민들은 이날도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나 당장 시급한 물과 음식물, 의약품 등 구호물품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1천200여 가구 가운데 500여가구가 완전히 파손되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가덕도 주민들은 이번 태풍으로 유일한 육지 연결수단인 도선 선착장이 파손됐고전기와 통신, 상수도 등이 두절돼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태풍 직후 13일부터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와 관할 구청 등에서 긴급 복구 및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필요한 물품을 소형 선외기 어선으로 실어나르는 상태로, 이재민들에게 구호물품을 원활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일로 가옥과 건물 등이 대부분 형체도 없이 날아간 천성동과 눌차마을주민들은 식수 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강원도 강릉지역의 경우은 작업에 필요한 굴착기 15대와 페이로더 11대 등 26대가 부족해 복구공사가 지연되고 있고, 양양지역도 6개 읍.면에서 도로와 하천 긴급복구에 투입될 굴착기 등 중장비를 5~10대씩 요청하고 있지만 지원을 못하고 있다. 구호품의 경우 대부분 법정 구호품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4천여명의 이재민이발생한 정선지역에서는 침구류와 옷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침수된 정선읍 지역은 500여명의 이재민이 봉양초등학교 체육관에 수용돼 있으나 갈아입을 옷과 이불이 없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법정구호품도 쌀과 라면에 치중된 채 당장 마실 생수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재민 이순진(67.정선읍 애산2리 5반)씨는 "지난 해 침수된 집이 또 물에 잠기면서 옷이 젖거나 떠내려가 어린 손자들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작년 태풍 루사에 이어 이번에도 5일째 고립된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리 20여가구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데다 생활필수품이 부족해 인근 어성전리까지 매일 10여㎞를 걸어나가 물품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대구.춘천=연합뉴스) 임보연 박창수 한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