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측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구속함에 따라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로 미국에 체류중인 김영완씨의 귀국 성사 여부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원이 권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일단 발부했지만 검찰이 최종적으로 권씨에게 200억원이 전달된 시점이나 방법에 대한 김씨의 직접 진술은 물론 물증도 확보하지못한 것으로 보여 공소유지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7월초 특검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현대 비자금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하면서 김씨의 귀국을 꾸준히 종용해 왔다. 지난 11일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 뇌물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150억원과관련한 김씨 진술서 등을 변호인을 통해 넘겨 받았지만 김씨가 제출한 자료에는 권씨가 받았다고 검찰이 밝힌 200억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씨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인사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지난 4일 "권씨에게 200억원을 보내준 뒤 감사전화를 받았다"는 등 진술을 남겼지만 돌연 자살, 법정에 증인으로 설 수 없게 된 점은 검찰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때문에 검찰은 권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김씨를 권씨의 `사금고'로 지칭하며 두 사람의 `특수관계'를 강조하거나 권씨가 거주했던 빌라를 김씨가 수리해준일, 김씨로부터 10억원을 빌렸다는 권씨의 진술 등 혐의 입증에 동원 가능한 모든정황 증거를 제시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증거능력 인정에 논란이 예상되긴 하지만 김씨가 권씨에 현대 비자금을 전달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담은 진술서만이라도 확보했더라면 권씨측 변호인과 3시간이넘는 실질심사 공방까지 벌일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영장심사보다 더 엄격한 검증을 요구하는 공판에 대비, 변호인을 통해 김씨의 귀국을 관철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전해졌다. 특히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권씨의 측근들이 미국에 있는 김씨를 직접찾아가 회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로서는 증거보전 차원에서라도 김씨의 신병을 확보해두는 조치도 필요한 입장이다. 검찰은 김씨를 박 전 장관과 권씨와의 공범으로 각각 입건, 예금과 채권 등 200억원 상당의 국내 재산을 추징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압수하는 `압박카드'를 구사하면서 다양한 협상조건도 제시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장관과 정 회장, 권씨 등 한때 김씨와 같은 배를 탔던 인사들이잇따라 자살하거나 구속되는 `수난'을 지켜봤을 김씨의 귀국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해 검찰이 또다른 비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