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집단의 잘못된 교리에 속아 재산을 헌납한사람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교리의 사기성을 의심한 시점이 아니라 사교집단이 법적 처벌을 받은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종교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이 '종교적 판단'이 아닌, '법적 판단'을 근거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22부(재판장 윤우진 부장판사)는 15일 천존회 고위간부였던 유모(82)씨가 재단법인 천존회 유지재단과 교주 모행룡(68.구속)씨에 대해 "시한부 종말론에 속아 거액의 재산을 헌납했다"며 낸 24억8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천존회의 교리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신념에 따라자발적으로 헌금을 냈다 해도 이는 피고 모행룡에 속아 잘못 형성된 믿음과 신념에기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수사기관에서 지난 96년께 천존회 교리가 사기임을 알았다고진술했으므로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피고측 주장에 대해 "손해배상소멸시효는 형사고소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왔던 교주 모행룡씨가 신도들을 속여 헌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2000년 1월부터 계산해야 하므로 제소시점(2001년12월) 현재 유효하다"고 밝혔다. 천존회 교주 모행룡씨는 지난 84년 천마산에서 상계천존(上界天尊)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면서 '천존의 집'을 세우고 "온세상이 천재지변으로 죽지만 천존회 제자들은 살아남는다"며 수련생들을 모집했으며 유씨는 상처(喪妻)와 간경화 등으로 고생하다 지난 92년 천존회 교리서인 '신'을 탐독한 뒤 천존회에 입문했다. 모씨는 신도들간 맞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300억여원을 불법대출받고 헌금 3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작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