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철도파업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철도파업마저 벌어질 경우 수출입 컨테이너 반출입이 어려워지고 동북아 허브항 도약이라는 꿈은 산산이 부서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제적 신뢰도를 잃은 부산항은 이미 컨테이너 처리실적에서 중국 상하이항에 세계 3위 자리를 내주고 밀린 상태다. 외국 선사들이 부산항 대신 중국항에 직접 기항하거나 보다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항으로 발길을 돌린 결과다. 백윤섭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항만물류팀 이사는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위기"라며 "종합적인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3류항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파업은 부산항 물류혼란으로 직결=부산을 기점으로 철도로 수송되는 수출입 화물은 하루 2만3천여t으로 부산 수송화물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철도수송이 중단되면 수출입화물의 적기수송이 차질을 빚어 국제 신뢰도 상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철도청 관계자는 "철도가 중단되면 다른 수송수단을 구하기도 힘들어 물류수송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사의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끝난지 한달도 안돼 또다시 철도중단 사태가 발생한다니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원망했다. ◆외국 선사들의 부산항 이탈=중국 차이나쉬핑은 부산항에 기항하던 모선 5척 가운데 3척을 최근 일본 요코하마항으로 옮겼다. 차이나쉬핑의 국내하역을 맡았던 대한통운 관계자는 "부산항의 화물처리 속도가 늦은데다 일본이 하역료 30% 할인 등을 내세워 외국 선박을 집중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쉬핑은 특히 다롄과 칭다오 등 북중국에서 피더선을 통해 부산항으로 모아 운송하던 환적화물을 4천TEU급 선박을 중국항에 직접 투입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중국 항만은 수심이 얕아 4천TEU급 대형선박 입항이 불가능했으나 최근 부두 개발로 입항이 가능해지면서 부산항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산항의 차이나쉬핑 환적화물 처리실적은 한 주 4천TEU에서 3천TEU 정도로 뚝 떨어졌다. 다른 외국 선사들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국적의 MSC라인도 최근 선박 1척의 기항지를 중국 닝보항으로 변경했다. 다국적선사인 P&O네들로이드는 최근 3천TEU급 대신 5천7백TEU급을 닝보항 등에 직접 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대형선박을 직접 투입하는 현상이 일반화되는 조짐"이라며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3위 자리 상하이항에 내줘=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올 들어 석달째 부산항을 추월했다. 상하이항이 지난 5월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은 89만2천개. 부산항보다 2만개 이상 많은 수준이다.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부산항을 추월한 데 이어 4,5월 연속 3위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연간 8천억원에 달하는 환적화물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문성혁 해양대 교수는 "환적화물을 놓치면 부산항의 허브항 육성은 물 건너 가는 것과 다름없다"며 "시설확충은 물론 화물 입·출항료와 하역비 인하,항만정보시스템 구축 등 경쟁항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