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ㆍ경북 취업박람회가 열린 대구전시컨벤션센터. 이날 하룻동안 7천여명이 몰려 대구지방의 심각한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 1백90여개 지역 기업들이 이 박람회를 통해 9백여명을 채용할 계획인데 비추어 일자리 구하기가 말그대로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LG필립스LCD 삼립산업 동아백화점과 대구백화점 등 지명도가 있는 기업부스에는 면접대기줄이 온종일 2백~3백?에 달했다. 부스를 마련하지 못한 업체를 위한 채용게시판 앞에도 취업정보를 메모하는 구직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노동부 고용안정센터가 마련한 '이력서작성, 면접특강'에도 3백여석의 좌석이 모자라 서서 듣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LG필립스LCD의 유진 인재개발팀 대리는 "고졸인력을 원하는 생산직 일자리에 대학생 지원자들이 많이 몰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실감케 했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같이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대구대 정보통신과 홍상훈씨는 "4군데에 원서를 냈는데 2곳은 하향지원을 했다"며 씁쓰레해 했다. 박람회장에는 대구 경북지역 대학 취업담당자들이 기업체 부스를 돌면서 즉석 홍보에 열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포항 한동대의 최규학 학생과장은 "신설 학교이지만 입학성적이 높고 명문공대 수준의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학교 자체 취업설명회에 기업들이 많이 참가하도록 섭외를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직난 속에서도 직종에 따라서는 구인난이 나타나기도 했다. 단순 생산직을 모집하는 경우는 거의 지원자를 찾기 어려웠다. 대구지역 여성인력의 취업은 절망적이다. 올해 대구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양은 "그동안 취업가능성이 높다는 중소기업만 골라 20여군데 원서를 냈는데도 실패했다"면서 "이번에도 안되면 공인중개사 시험준비를 하거나 학습지강사로 나가야겠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예 해외취업으로 발길을 돌린 젊은이들도 많았다. 미국 교민들을 상대로 하는 현지교사 알선 부스 앞에는 면접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수백명을 헤아렸다. 경상북도 공무원들은 도청에서 일해온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부스를 일일이 돌면서 '아르바이트 근무이력서'를 돌리기도 했다. 도청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이선경씨는 "도청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때부터 10 대 1의 경쟁을 치렀다"면서 "'알바 경력'이 취업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은 "지원인력이 많아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이공계 우수인력은 많지 않다"면서 "산업흐름을 반영한 인력배출 계획이 국가 전략차원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서산업단지 입주업체인 메트로닉스의 이주형 과장은 "해외영업 기술직을 구하기 위해 40여명을 인터뷰했으나 영어를 잘하는 이공계 출신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