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방송사와 인터넷 언론들이 4일 오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사망했다는 오보를 내보냄에 따라 인터넷의 확산과 속보 경쟁에 따른 오보 위험성의 증가가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8분 MBC를 시작으로 YTNㆍSBS 등 방송사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언론들이 CNN 허위 사이트 정보에서 비롯된 빌 게이츠 피살 소식을 보도하자 주식 가격이 출렁이고 언론사에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등 한동안 혼란을 빚었다. 이처럼 허위 인터넷 사이트 기사로 어이없는 오보 소동을 빚은 책임은 철저히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해당 언론사에 1차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만우절을 전후해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사망설이 한동안 유포된데다 매일경제 인터넷판이 지난달 31일 CNN 허위 사이트의 빌 게이츠 피살설 해프닝을 보도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한국은 오보도 뒷북"이라는 빈축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오보 소동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속보 경쟁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매체가 대거 등장함에 따라 빅뉴스가 아니더라도 분초를 다투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반면 사실 확인 작업은 소홀해졌다는 것이 언론계의 평가다. 특히 각종뉴스가 시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증권시장이나 선물시장의 경우에는 온라인매체의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속보에 치중하다가 오보를 내는 사례가 빈번하다. 인터넷의 확산도 오보 소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익명의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다보니 언론이 네티즌의 장난에 현혹되기도 하고 의도적인 정보제공에 이용당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일 월드컵 당시 한 라디오 진행자가 "독일이약물 중독에 걸려서 우리나라가 결승에 진출한다"는 소문을 방송했던 것이 대표적인사례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속보 경쟁은 언론의 숙명이지만 여기에만 매몰되다보면 오보의 위험성을 증가시켜 뉴스의 신뢰성을 잃게 된다"면서 "적어도지상파 방송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보도할 때 확인 절차를 거칠 것을 의무화 하도록 윤리강령에 못박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오보 소동의 진원지는 MBC였다. MBC는 4일 오전 9시 38분 '마이크로소프트빌 게이츠 회장 피살'이라는 자막과 함께 "빌 게이츠가 피살됐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방송했다. 이어 "CNN은 빌 게이츠 회장이 한 행사장에 참석했다가 총 두 발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의사가 숨진 것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15분 가량이 지난 뒤 '빌 게이츠 사망설 사실 무근'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뒤 9시 58분에 아나운서가 사과방송을 했으며 인터넷 자회사 iMBC의 사이트에 신경민 국제부장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신부장은 "4일 오전 CNN 인터넷 뉴스를 인용해 빌 게이츠 회장이 피살됐다고 전했으나 처음 피살설을 게재한 CNN 인터넷 사이트는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뒤 "이 인터넷 사이트는 CNN 사이트를 모방한 허위 사이트로 미국의 한 네티즌이 만우절에 장난으로 이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정중한 사과의 뜻을표시했다. MBC 국제부의 한 기자는 "CNN닷컴이란 문구가 찍힌 팩시밀리가 회사로 전송돼 확인 절차 없이 서둘러 방송하다가 오보 소동을 빚었다"고 해명했다. YTN과 SBS도 각각 오전 9시 45분과 47분께 피살설을 자막으로 보도했다가 5분가량 지난 뒤 정정 및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두 방송사도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한 채급하게 자막을 제작해서 내보내느라 잇따라 실수를 저질렀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함께 동아닷컴, 인터넷한겨레, 디지틀조선 등의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들도 방송 뉴스를 보고 뒤따라가다가 줄줄이 오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ㆍ홍제성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