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인성교육의 장이었던 도산서원을 다시 삶과 학문이 살아 숨쉬는 교육기관으로 복원해 내고 싶습니다." 퇴계 이 황의 17세손인 이치억씨(28)가 도산서원의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유교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씨는 "선조의 숨결이 깃들인 도산서원을 조화로운 삶을 가르치는 전통교육기관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린 시절 도산서원에 몰려드는 구경 인파가 서원에 깃들인 정신이 아닌 껍데기만 보고 가는 듯해 마음이 아팠다"며 "향후 유교와 현대사회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연구,도산서원이 조화로운 삶을 가져다주는 인성교육의 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북 안동의 종택에서 자란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엄격한 규율과 종손으로서의 책무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또래아이들과 장난칠 겨를도 없이 일찍 귀가해야 했고,항상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왔다. 종손으로서 의무감에 시달리던 이씨는 고교시절에는 시와 소설,일본에서 보낸 대학시절에는 영화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방황했지만 대학졸업후 유교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학문이자 삶의 방식으로서의 유학에 매료되며 학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이씨는 "선조들의 철학과 전통을 공부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종손으로의 삶으로 되돌아온 셈이지만 종손으로서 의무와 혼자만의 꿈을 펼치고 싶은 자아와의 갈등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종손으로 태어난 사람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15세손인 할아버지,16세손인 아버지와 함께 기제사와 명절차례 등 1년에 22차례에 걸쳐 제사를 지내며 선조에 대한 예를 차리고 있다는 이씨는 공부를 마치고 나면 도산서원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