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남편을 돌보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장병 발생률이 2배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재미 한인 연구원에 의해 발표됐다. 하버드 메디컬스쿨 이선민 박사는 미국 중년여성(46~71세) 5만4천412명의 건강기록(92~96년)을 분석한 결과, 최소 1주일에 9시간 이상 아픈 남편을 돌보는 여성들의 심장병 발생률이 정상적인 여성의 2배에 달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박사의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예방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대상자들은 92년 조사를 시작할 당시 심장병이 없었으나, 96년에는 이들 중 321명(90명 사망)이 심장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시작 당시 남편을 병간호했던 2천369명 가운데 4년 뒤 심장병에 걸린여성은 모두 24명(1%)으로, 발생률이 남편을 병간호하지 않은 여성(0.5%)의 2배나됐다. 남편이 아닌 부모를 돌보거나 친척을 돌보는 경우는 심장병 발병률에 큰 차이가없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남편이 아프면 아내가 심한 스트레스와 재정적 고통을 받게 되고 여기에 운동이나 사교 시간이 줄어 심장병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박사는 "병간호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심혈관계에 무리가 오고 혈관이 손상을 입으면서 심장병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위험성 등을 고려해 미국의 일부 기업에서는 가족이 아플 경우 연간 12주의 무급휴가를 주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이에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박사는 서울대 영문학과와 이 대학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뒤 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 2001년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