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에 쓸 미꾸라지를 실어나를 때 어항탱크에 천적인 가물치를 함께 넣습니다.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기 때문에 가물치를 안 넣을 때보다 오히려 생존율이 높습니다.소액주주 소송도 마찬가지입니다.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꼬집는 곳이 있어야 기업 경쟁력도 강화되고 자본시장도 건전해집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대표변호사는 대기업의 "천적"으로 불린다. 대기업의 불투명한 경영관행이나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동을 물고 늘어지는 강력한 감시자이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분식회계 허위공시 내부자거래 등이 드러날 경우 여지없이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경영진과 담당 회계사 등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가 개척한 "투자자 집단소송"은 대기업들이 그동안의 잘못된 경영관행을 뜯어고치도록 독려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경영진의 전횡으로 피해를 봐도 하소연할 곳을 못찾던 소액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6년여간 대기업과 외국기업을 위해 일하던 "잘 나가는" 기업 변호사가 이처럼 1백80도 변신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95년말 경험한 두 달간의 공익활동이 바로 그것. 미국 유학뒤에 가진 공백기 때 그는 서울대 손봉호 교수의 소개로 장애인 학교를 세우는 일을 도왔는데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멈춘 상태였다. 김 변호사는 주민들의 공사방해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가처분을 신청,"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장애인시설 건립이 방해받아서는 안된다"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냈다. 님비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첫 판결로 당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왔다. "소송을 통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변호사의 역할에 새삼스런 매력을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공익소송의 묘미를 맛본 김 변호사는 2년뒤인 지난 97년 김&장을 떠나 당시 참여연대가 주도했던 소액주주 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SK텔레콤의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를 제기해 정관을 변경시키는 등의 전과를 올린 그는 투자자들을 전문적으로 대변해줄 변호사가 드물다는 점에 착안,투자자 소송 전문로펌인 한누리를 세우기에 이른다. 김 변호사는 김&장에서 익힌 회사법 증권거래법 상법 관련 실무를 기초로 주주대표 소송을 차례로 제기,상당수를 승리로 이끌었다. 유가증권 신고서를 허위 작성한 한일약품공업이나 주가조작에 연루된 세종하이테크,허위 작성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프로칩스 등 수많은 기업의 경영진 등이 김 변호사의 소송으로 소액 투자자에게 거액을 배상해야 했다. 김 변호사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익을 침해당하면서도 대기업이나 정부의 힘에 눌려 침묵하는 국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투자자 권익보호 소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방면에서 대규모 집단소송을 기획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글=오상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 약력 ] 1986년 28회 사법시험 합격 1987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9년 18기 사법연수원 수료 1992년 육군 법무관 제대 1992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996년 미국 시카고대 법학석사 2000년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 2001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