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는 이제 기본.' '재수생은 상향지원,재학생은 하향지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에서도 재수생이 초강세를 보이고 재학생은 처지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이로 인해 일부 고3 수험생 사이에는 일찌감치 재수를 택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다. 학원에는 벌써 등록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고 일선 고교들은 진학지도 방침을 정하지못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8일 서울시내 학원 등 입시기관들에 따르면 재수생의 올 수능 예상 점수는 지난해 3백50점대 이상을 받았던 상위권에서는 8∼25점이 올랐으며,3백점대 이상에서는 21∼37점,2백60점대 이상에서는 40점 안팎까지 올라 중위권으로 갈수록 상승폭이 클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생과 재학생의 평균점수 차이도 지난해 37.5점을 크게 웃도는 30∼50점가량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일부 고3학생들 사이에는 일찌감치 재수를 택하자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사설 입시학원에는 벌써부터 등록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에는 전날부터 "학원에 빨리 등록할 수 없느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이날 오전에만 3백여통의 문의전화가 접수됐다. 학원측은 재수생강세에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주로 문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해찬 1세대'인 현 재수생들도 1년간 재수를 하면서 성적이 향상됐다는 인식이 '이해찬 2세대'인 올해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서 퍼져가고 있기 때문으로 학원측은 풀이했다. 고려학원에도 학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성학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학원 관계자들은 일선 학교들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수능점수가 발표되기 시작하면 재수학원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일학원 신영 이사는 "재수생 강세탓에 '수시는 재학생,정시는 재수생'이라는 대학입시 공식이 앞으로도 계속돼 재수를 하려는 재학생들이 많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수생 강세라는 분석에 일선학교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성남고의 경우 올해도 재수생 초강세가 이어지자 3학년 학생들의 30∼40%가 재수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백점 이상의 중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재수결심을 굳힌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상위권의 재수학원행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는 "이제 고등학교는 3년이 아니라 4년"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성남고 정성윤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 '재수는 기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열심히 공부해온 학생들이 상처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런 성적격차에 대해 비슷한 실력이라도 수행평가 등 수능과 관련 없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해야 하는 재학생들이 입시에만 몰두할 수 있는 재수생에 비해 불리한 게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고 3학년 윤동원 부장은 "'이해찬식 교육'의 느슨한 틀 안에 있다가 지난해 쓴 맛을 본 재수생들은 입시 위주로 시험준비를 해왔지만 재학생들은 안이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재수생과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진단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