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퇴직금 제도를 대신할 기업연금제도 도입 문제가 노사간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16일 경제사회 소위원회를 열고 기업연금 도입 형태를 논의했으나 노사간 이견으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는 그동안 논의 결과를 오는 24일 차관급 협의체인 상무위원회에 보고한 뒤 다음달 초까지 합의를 도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는 합의가 안될 경우 연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 정부 추진안 =노사정위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안의 윤곽은 노사 자율로 현행 퇴직금 제도와 기업연금 제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임의 제도로 도입하고 확정급부형과 확정갹출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확정급부형은 근로자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정한 뒤 기업이 내는 비율을 수시로 조정하는 것이고 확정갹출형은 급여의 일정비율을 연금 보험료로 정하고 근로자가 나중에 받는 연금액은 운용 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갹출 주체는 현행 퇴직금 수준에 상응하는 갹출금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되 임의적인 근로자의 추가 부담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사용자의 갹출분은 손비처리하고 운영수익에 대해 비과세하되 수급 때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밖에 지급보증을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되 장기적으로 미국의 공적보장기구와 같은 지급보장 장치를 마련하고, 급여는 연금이나 일시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일시금을 선택하면 세제상 불이익을 줘 연금으로 수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장기간 실직이나 주택 구입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중간 인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노사 쟁점 =노동계와 재계는 기업연금의 형태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재계는 기본적으로 확정갹출형을 선호하지만 확정급부형과 함께 도입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확정갹출형의 경우 사용자 부담만 줄여줄 뿐 근로자 입장에서는 수익보장이 안된다는 점을 들어 확정급부형만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확정갹출형은 급여의 일정비율을 보험료로 내고 근로자가 받는 연금액은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안정적인 노후 보장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노사 협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 기업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에서 확정급부형과 확정갹출형을 모두 허용할 경우 대부분이 확정갹출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노동계는 재정경제부 등이 증시 부양책의 일환으로 기업연금제 도입을 서두르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윤기설 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 [ 기업연금제 ] 퇴직금을 투신사 등 민간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적립해 두었다가 퇴직할 때 연금을 지급하는 노후보장 체계다. 법정퇴직금 제도와 달리 전문기관에 적립함에 따라 회사가 망하더라도 퇴직금을 못받는 불상사를 막을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행 퇴직금제에서는 회사가 도산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3년치 퇴직금만 보장되고 있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업주가 운영하는 연금제도로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과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