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느라 여념이 없는 수재민들이 또다시 불안에 빠졌다. 특별재해지역은 언제 선포되는지,자신들은 포함되는지 알 수가 없어 갑갑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수재민들은 지원금 등 혜택이 커진 특별재해지역 선포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어 지정에서 빠질 경우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불안해 하는 수재민='루사'의 피해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정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별재해지역 지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피해가 심각한 강릉 지역의 한 수재민은 "루사가 망가뜨려 놓은 가정 기반을 당장 복구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돼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준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수재민들은 그러나 어떻게 돼가는지 몰라 불안스럽다는 표정이다. 삼척 속초 등의 주민들은 "강릉 만큼 피해를 입었는데 왜 우리는 지정 얘기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미리 지정요청을 해두자는 지역도 늘고 있다. 강원도의회는 도내 수해지역 모두를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함양군과 의령군의회도 지정을 신청했고 거창군과 합천군 적중면,충북 영동,전북 무주 등도 신청행렬에 합류했다. 실력행사에 나선 수재민들도 있다. 지난 5일 경남 산청군 생초면 비상대책위원회는 진주~대전간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특별재해지역 지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따라 특별재해지역이 선포되더라도 제외된 지역의 반발에 따른 후유증도 예상된다. ◆12일께나 윤곽 드러날 듯=특별재해지역의 윤곽은 오는 12일 이후에나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9개 부처 2백27명으로 구성된 중앙합동조사반은 피해가 극심한 강원 충북 등 6개도를 대상으로 11일까지를 일정으로 실사중이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피해 상황은 1백% 반영하되 지방자치단체들의 피해 부풀리기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 재산·인명피해 등을 기준으로 특별재해지역 후보지가 선정될 예정이다. 재해대책본부는 후보지에 가급적 많은 지역을 포함시켜 수재민들의 아픔을 달래겠다는 계획이다. 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특별재해지역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