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계동에 사는 도우리군(11.중평초등학교 5학년).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컴퓨터 책상 앞에 앉는다. 온라인 게임 "디미어즈(www.demiurges.co.kr)"에 접속하기 위해서다. 게임속 분신은 "에라무스". 곧바로 중국 역대 왕조를 배경으로 한 "임페리얼듐 던전"으로 이동,진시황 무덤에 나오는 "토우병사" 몬스터를 물리치자 한자가 새겨진 아이템이 떨어진다. "4자성어 조합창"을 열어 그동안 얻은 한자 아이템을 골라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4자성어를 만들자 에라무스가 가진 칼의 공격 속도가 빨라졌다. 도우리 군의 어머니 강은경씨(39)는 "아이가 워낙 게임을 좋아하지만 대부분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이어서 오래 못하게 하느라 늘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며 "하지만 디미어즈는 내용도 교육적이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돼 서너시간씩 해도 내버려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도군처럼 책상에는 단 10분도 앉아있지 못하지만 컴퓨터 게임을 하면 몇시간씩 꼼짝도 하지 않고 열중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가 있어서다. 게임 애니메이션 등 "오락(Entertainment)"의 특성을 "교육(Education)"에 접목시켜 학습효과를 최대로 거둔다는 게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핵심이다. 재미있게 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 최근 학습지 업체들은 에듀테인먼트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대부분 업체들이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개설,게임 기능을 올려놓는 정도의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이젠 교육적 요소가 담긴 롤플레잉(RP) 게임을 제작,"재미" 부분을 더욱 강화했다. 현장학습 캠프 등을 연중 개최해 체험학습 기능을 강조하거나 유아용 놀이기구 등 교구재 사업에 뛰어들며 학습매체를 다양화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학습지 업체중 에듀테인먼트의 선두주자는 단연 대교. 이 회사는 올해초 게임 개발업체인 재미창조,통신업체인 KT 등과 함께 온라인 게임 "디미어즈"를 개발,현재 무료 시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게임의 배경이 화학 수학 역사 등 초.중.고교 교과과정에 있는 것으로만 1백% 구성돼 있다. 게임을 하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돼도록 했다. 대교는 다음달부터 "갯벌" "숲체험" "사과따기" 등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맞게 "수준별 단계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다. 체험학습 전문사이트도 구축키로 했다. 학습 매체나 교재 구성을 다양화해 "재미있는 수업"을 추구하는 학습지 업체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한솔교육이 유아용 놀이교구인 "신기한 창의나라 가베"를 선보였다. 이어 웅진닷컴도 지난 6월 "웅진 가베 놀이마을"을 출시,몬테소리 프뢰벨 등 기존 메이저 교구제작 업체에 도전장을 내놓았다. 웅진닷컴이 지난달 출시한 영어 동화읽기 프로그램 "키즈 스토리"나 놀이형 학습잡지와 동화책을 결합한 한솔교육의 "북스북스"에는 주교재 외에 오리거나 붙이기,그리기,색칠놀이 등을 할 수 있는 워크북이 함께 제공된다. JEI재능교육의 한자 학습교재인 "스스로 리틀한자"는 아이들이 딱딱한 한자를 재미있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동화 형식으로 교재를 꾸몄다. 대교 이이원 신규사업개발팀장은 "학습지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 교재나 1차원적 매체만으로는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들 업계가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오락 콘텐츠를 교육에 접목시키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