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이 공안당국의 '이적단체' 규정을 벗어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총련은 지난해 연방제 통일강령을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바꾼데 이어 최근 각종 집회.시위에서 과격 움직임을 자제하고 시민상대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이적규정 문제를 유엔에 제소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들도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어 10기 한총련이 이적규정을 벗어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총련은 서울에서 열린 '8.15남북공동행사' 기간에 사회 일각에서 제기됐던 우려와 달리 과격시위 없이 자체 행사를 치러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도심 곳곳에서 해마다 8월이면 반복됐던 경찰과 대학생들의 충돌도 올해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총련이 이적규정 문제를 자신들의 대중운동에 결정적인 제약요소로 보고 시대변화에 맞춰 새로운 운동방향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총련의 한 관계자는 21일 "당장 다음달 초 대의원 대회를 계획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적단체'의 수배자 500여명이 함께 모일지 고민"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고민으로 한총련은 이념적으로 경직된 '과격'과 '폭력'을 벗어나야 대중적 지지는 물론 조직의 생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총련 합법화대책위 강위원 집행국장은 "이적규정 탈피가 단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인식하고 90년대 이후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관성적으로 이전 시대의 폭력을 답습했던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13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쇠파이프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 최근 한총련 대의원 전원회의에서는 관련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등 강한 비판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총련은 또 "주한미군에 대한 국민적인 반대 여론에 편승해 과격시위도 용인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향후 이같은 폭력 시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한총련의 운동 방향 변화는 내부 이견을 조율해야할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합법화'시도가 자칫 기회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원칙적으로 학생운동은 합법화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내세우는 측은 앞서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운동단체들이 합법화하면서 조직력이 약화되고 대중운동보다는 이익집단화 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집행국장은 "한총련은 지금 거대한 실험중"이라며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처벌하기보다는 새롭게 변화하는 한총련이 스스로 이적성을 해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