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의 토정공단을 비롯한 남부지역 곳곳에서 공장침수가 발생해 기계가 못쓰게 되는가 하면 공장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근 농경지와 상수원의 오염 위험도 높은 것으로 밝혀져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일대에서는 복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3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한림 토정공단에서도 19일부터 복구작업이 본격화됐지만 공단 전체가 물에 잠기는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어 완전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단지역중 아직까지 지대가 낮은 곳은 1m 이상의 황톳물에 잠겨 있지만 물이 거의 빠진 고지대 기업체를 중심으로 소속공장 근로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복구작업에 매달리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10일째 물에 잠겼던 공단은 그야말로 어디에서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폐허'를 연상케해 근로자들도 때때로 일손을 놓으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침수됐던 각종 기계와 설비에는 황톳물과 함께 지난 18일 유출된 벙커A유가 엉켜 기름으로 범벅돼 재사용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또 이미 대부분의 기계가 녹이 슬어 제대로 사용할만한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림 토정 공단에서는 지난 18일 저장중이던 벙커A유 등 기름 6만ℓ가 유출돼 공단 침수지역인 3만9천여평에 오염피해가 발생했다. 공단내 조선기자재 하청업체인 신영기업의 조병진 이사(44)는 "당초 침수피해만 30억원 가량을 예상했는데 막상 물이 빠지고 보니 기계는 물론 사무실 집기 하나라도 변변하게 쓸만한 것이 없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기계류의 경우 물에만 잠겼더라면 전문가에게 의뢰해 건질 만한 것은 있을지 모르겠는데 기름과 각종 오물이 범벅이 돼 답답할 뿐"이라며 "피해액이 당초 예상액보다 30~40%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토정공단입주업체 수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의씨(56)는 "종업원들과 함께 공장을 둘러본 결과 황톳물과 기름 오물 악취로 폐허가 따로 없다"며 "이번 수해로 상당수의 공장이 부도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입주업체 전체 사장단 회의를 통해 피해액을 재집계할 계획"이라며 "영업손실을 제외하고도 4백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돼 피해에 대한 정부의 무상 지원이 적기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4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한림 토정공단은 이번 수해로 대부분의 공장이 침수돼 모두 3백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최근에 수해대책위를 구성해 김해시를 상대로 조속한 복구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하는 등 이번 인재에 대한 행정기관의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