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특정 약 성분이 들어있는 열매를 맺게하는 이른바 '식물 제약' 시대가 머지 않아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제약산업 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는 미국 농무부의 수석 과학담당관 앤 비다버 박사는 17일 UPI통신과의 회견에서 식물을 통해 만들어진 약이 앞으로 2-3년안에나온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전공학회사 마크로제닉스의 캐슬린 스타인 박사 역시 유전자 변형 식물에서만들어진 약이 머지 않아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0여개 제약회사들이 '약을 만드는 식물'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진 약 7종류가 임상실험을 거치고 있다. 샌디에이고 소재 에피사이트 사(社)의 미치 하인 회장은 식물을 통해 생산되는 헤르페스 치료제가 내년 임상실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약 성분을 생산하는 식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호르몬, 효소 또는 항체를 만드는 유전자를 옥수수, 시금치 같은 식물에 주입해 재배한 다음 이 식물로부터 추출한 약 성분을 순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유전자 변형 식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약은 항암제에서 전염병, 심장병, 생물무기에 의해 발생한 질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제약회사들은 특히 단(單)클론 항체라고 불리는 약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단클론 항체란 질병을 일으키는 또는 해로운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타 병원균에 달라붙어 이들이 인체에 해로운 활동을 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현재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단클론 항체는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과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 등 모두 10종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단클론 항체를 만들어 내는 데 쓰이고 있는 방법은 생산량의 한계에 이르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고 또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가장 기대되는 대체수단 중 하나가 유전자 변형 식물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라고 센터코어 의학연구소 부원장 리처드매클로스키 박사는 지적한다. 식물의 종류로는 옥수수를 이용하려는 제약회사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약을 만드는 유전자 변형 옥수수의 씨나 꽃가루가 다른 종류의 작물을 오염시켜 환경과 인체로 유입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의 정책분석가인 빌 프리스는 옥수수의 꽃가루는 1마일(1.6km)이상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워싱턴 UPI=연합뉴스) skh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