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비가 와도 엄청난 양의 흙이 떠내려와요.그린벨트 안에서 저렇게 마구잡이로 흙을 채워도 되는 겁니까." 충북 옥천군 군서면 사양.은행리 주민들은 요즘 빗물에 휩쓸려 마을 앞 곤룡천바닥에 수북이 쌓여가는 흙더미를 보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린벨트 지역인 마을 상류 곤룡터널 입구 농경지에서 1년째 대규모 성토공사가이뤄지면서 이 곳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마을 앞 하천에 퇴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토공사가 한창인 군서면 사양리 1007 일대는 산비탈 아래 움푹 들어간 볼품없는 농경지였지만 3년 전 인근에 대전과 연결되는 터널이 뚫리고 2차선 도로가 개설된 뒤 땅 값이 꿈틀대는 곳이다. 땅 주인인 군청 공무원 A씨 등은 이 일대 1천137㎡를 우량농지로 만든다며 지난해 9월 군으로부터 형질변경 허가를 얻은 뒤 15m의 낭떠러지를 도로와 같은 높이로흙을 채우고 있다. 이 공사로 해당 농경지는 높아졌지만 하류의 계곡 쪽은 성토된 높이 만큼 또 다른 낭떠러지가 형성돼 장마 때 마을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군은 옹벽 설치 등 토사유출 방지대책 없이 이 사업을 허가했으며 당초지난 3월 말로 종료된 허가기간을 오는 10월로 7개월간 연장해줬다. 주민 김 모(49)씨는 "작년부터 성토장에서 흘러내린 흙이 마을 앞 하천바닥에쌓여 민원을 제기했으나 군이 뚜렷한 대책도 없이 허가기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린벨트 안에서 이 같은 대규모 매립이 허가되고 하류 주민들의 반발에도 제재받지 않는 것은 공무원이라서 가능한 일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매립이 이뤄지는 농경지 인근 임야에 신축된 건축물도 주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 건물 역시 A씨가 터널이 뚫린 뒤 사들인 임야 6천696㎡에 신축한 것으로 축사(부지면적 990㎡, 건축면적 328㎡)로 허가받아 지난달 사용승인이 났다. 그러나 문제의 건물은 축사로 보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준공된 지 한 달이 넘도록 가축은 고사하고 사육을 위한 기본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아 투기 목적의 건축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축사건축과 형질변경이 적법하게 허가됐다"며 "성토로 토사가 흘러내리는 경사면에는 비닐 덮개를 씌운 뒤 사업을 끝마치기 전 잔디를 심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군은 최근 토사유출로 수해를 우려하는 민원이 잇따르자 중장비를 동원,하류 하천바닥에 쌓인 토사 100여t을 제거했다. (옥천=연합뉴스) 박병기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