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인가,신문 사회면 한쪽에 중년남자가 서울 충무로의 삼계탕집 여종업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여종업원이 삼계탕을 엎질러 "중요한 부분"을 다쳤다는 이유였다. 이른바 "삼계탕사건"이다. 종업원이 단지 실수로 손님에게 뜨거운 삼계탕을 쏟았다면 문제가 됐을 리 없다. 법정까지 간 건 식당 종업원이 딴전을 피우거나 발을 헛디뎌 펄펄 끓는 삼계탕을 손님에게 들이부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님이 삼계탕을 날라온 아가씨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는(소문으론 더한 짓이었다고도 했다) 바람에 놀란 아가씨가 그만 삼계탕그릇을 놓쳤다는 것이다. 그러니 여종업원 입장으론 손님이 자초했다는 것이고,손님은 아무리 그래도 "그 뜨거운 걸 엎질러 사태가 심각해졌으니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맞서 결국 법의 심판을 요청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고 황당하다. 졸지에 중요부위를 다친 남자도 딱하긴 하지만 어이없는 일로 오랫동안 시달림을 받았을 그 여종업원을 떠올리면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해묵은 옛이야기를 꺼낸 건 우리네 음식점 풍경이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던 사반세기 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같아서다. 특히 여종업원 유니폼의 경우 어째서 수십년동안 삼계탕집 그 손님처럼 손버릇 고약한 남자들이 흘끔거리기 딱 좋은,엉덩이가 삐져나올 것같은 미니스커트 일색인지 이상하다 못해 괴이쩍다는 생각이다. 국내 식당 특히 갈비집이나 삼겹살집은 대부분 방바닥에 앉게 돼 있다. 테이블 또한 당연히 낮다. 그러니 반찬을 갖다놓을 때는 물론 고기를 구을 때면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혀야 한다. 당연히 스커트는 허벅지가 모두 드러날 만큼 올라간다. 볼 때마다 불안하고 아슬아슬하고 민망하다. 날라야 하는 음식쟁반은 또 얼마나 무거운가. 그런데도 그냥 걷기에도 부담스러워 보이는 짧고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힌다. 갈비집과 삼겹살집만 그런가. 일식집이나 오리고기집도 한결같다. 양식당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양식당 여종업원은 갈비집이나 오리고기집에서처럼 몸을 구부릴 일이 거의 없다. 식당에서 여직원의 다리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거의 없겠지만 만에 하나 다리를 내놓도록 해야겠다면 반바지를 입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무릎이 살짝 드러나는 정도의 반바지를 입히면 앉든 서든 상관없고 활동하기도 좋을 것이다. 보는 사람도 편안할 테고. 옷 때문에 신경을 안써도 되면 일의 능률이 훨씬 올라가지 않을까. 실제 여종업원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히는 것이 매출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한번쯤 조사해보면 어떨까) 단순히 습관적으로,남들이 그렇게 하니까,지금까지 그래 왔으니까,시중에 나와있는 음식점 종업원 유니폼 형태가 그러니까 그냥 입히는 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음식점 여종업원,특히 바닥식 갈비집이나 오리고기집 일식집 여종업원들에게 "바지 입히기운동`을 펼쳤으면 싶다. 활동하기 좋게 요즘 유행하는 스판덱스 소재의 7부 바지나 무릎이 보일 정도의 반바지면 좋겠지만 좀더 짧아도 상관없다고 본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짧은 타이트스커트보다는 차라리 핫팬츠가 낫다. 기왕이면 남성들이 앞장서 주는 것도 괜찮을 것같다. 단골식당 주인에게 "여종업원들에게 반바지를 입히지 그러느냐"고 제안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