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내 각종 안내판은 물론 상가건물의 간판 하나까지도 우리 아파트의 디자인컨셉트에 맞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애써 지은 아파트 단지의 미관을 훼손하기 때문이죠." 최근 '퀄러티 아파트 건설의 시스템화'를 선언하고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기고 있는 두산건설 강문창 사장은 아파트 전체의 품질관리를 위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세우는 '퀄러티 아파트' 개념은 지난 97년 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강조해온 것이다. 따라서 회사내에선 그리 생소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것은 개념의 시스템화다. 즉 모든 프로젝트가 시스템에 따라 적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획 설계 시공 분양 등 모든 아파트건설 진행과정에 전문가시스템을 구축해 회사 오너나 전문경영인 몇 사람의 주관에 따라 좌지우지 않도록 해야 획기적인 품질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게 강 사장의 주장이다. 강 사장은 무엇보다 아파트의 초기 기획.설계과정을 중요시한다. 기획과 설계가 잘못되면 품질은 기대조차 하기 힘들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따라서 그는 설계 인테리어 조경 마케팅 부문의 경우 외부 전문가팀을 구성하고 이들과 사내 기술인을 동시에 참여시켜 일을 진행시킨다. 특히 기획과 설계과정에는 색상디자인 전문가까지 동원, 설계안을 마련한다. "시공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관리입니다. 그래서 시공과정에서 현장 기술자들의 실수나 문제점이 있으면 낱낱이 공개토록 하고 자료화(DB)한 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직원이 공유하게 합니다." 실패경영학의 현장도입인 셈이다. 처음에는 처벌이나 불이익이 두려워 기술자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패를 공개하는 직원들에게 오히려 상을 주는 등 역발상 제안으로 설득해 나갔다.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현재 사내 인트라넷에는 수백건의 실패 사례가 올라 있고 이는 다른 현장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 사장의 '퀄러티 아파트 시스템'이 적용돼 선보일 단지는 올 연말께 입주예정인 경기 남양주 덕소와 내년 3월 준공될 서울 월곡동 아파트 등 2곳이다. 외관 디자인과 조경, 색상 등에서 많은 차별화를 선보여 이미 많은 눈길을 받고 있다. 덕소아파트의 경우 개발전에 자리잡고 있던 낙락장송을 단지내로 옮겨심기로 결정,신규 아파트인데도 오래된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천6백50가구의 월곡동 아파트도 타워형 외관에 테마조경, 강렬한 3원색 디자인으로 꾸미고 있다. 강 사장은 지난 68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뒤 78년 동산토건(현 두산건설)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의 두산건설과 인연을 맺었다. 이어 두산건설 카이로 지점장,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97년 사장에 올랐다. 34년을 두산에서 보낸 정통 두산맨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