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항도 부산. 월드컵 16강 진출을 열망하는 국민의 응원열기는 '빅뱅'을 일으켰다. 네티즌도 '온라인 응원전'으로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 온라인 응원 열기 ='남북통일도 이처럼 염원하지 않았다.' '고추장의 매운 맛을 보여주자.' 국민들의 '16강 진출' 열망과 응원 열기는 온라인상에서도 후끈 달아올랐다.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은 이미 한달여전부터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할 수 있도록 특별 게시판이나 카페사이트 등을 마련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사이버 고사장'까지 만들어놔 한국팀 필승에 대한 네티즌의 희망과 소원을 한데 모았다. 라이코스코리아 게시판에서 네티즌 '광수'는 '북한 8강 신화'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 "66년 북한이 월드컵 8강에 오른 것은 우리 겨레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며 "우리도 16강, 8강까지 진출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본선 첫승, 16강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되 다치는 일이 없길 바라고 6월 한달간 한국팀이 내내 그라운드를 누빌 것을 확신한다(inbermi)"며 걱정과 격려를 전한 네티즌도 많았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려 하지 말라(babo―0ndal)"는 등 섣부른 희망을 경계하기도 했다. ◆ 응원 소품 날개 돋친듯 팔려 =사방에 대형전광판 4대가 설치된 '응원 1번지' 광화문 지하철역 입구에선 한국팀의 경기가 시작되기 6∼7시간 전부터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은 수천명의 시민들이 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아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 이들은 전광판에서 한국팀의 평가전 경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연호했다. 응원 열기를 달궈줄 각종 소품도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친구들과 함께 '대한민국'이란 글자가 새겨진 빨간색 티셔츠를 장당 1만원에 팔러 나온 이성관씨(21)는 "1백장을 가지고 나왔는데 40분만에 80장 넘게 팔았다"며 "좀 더 많이 가지고 왔어야 하는건데…"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응원구호를 외칠 때 흔드는 일명 '빅토리 타월'을 파는 30대 여성도 "1개에 6천원씩 하는데도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라며 즐거워했다. ◆ 캠퍼스는 휴강 =야간학부나 대학원이 있는 대학은 사실상 대부분 수업을 휴강했다. 4일 오후 8시30분부터 시작하는 교양강좌를 맡고 있는 숭실대 L교수는 "공식적으로 '휴강'이란 말은 안했지만 출석은 안부르겠다고 미리 공고했다"고 말했다. 명지대 경영학과 K교수도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동안 이뤄지는 대학원 강의를 휴강하고 대신 오는 11일로 잡혀있던 종강일을 18일로 미루기로 했다. K교수는 "교수나 학생이나 월드컵 열기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라며 "특히 한국 축구팀에는 명지대 출신인 박지성도 있어 학교 전체가 축구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대 S교수는 오는 10일로 잡혀 있던 기말시험을 이틀 뒤인 12일로 미뤘다. 학생들이 10일 오후 3시30분부터 열리는 '한국·미국전'과 시험 시간이 겹친다며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공대 P교수도 당초 오는 14일로 잡혀 있던 기말시험 일정을 지방선거가 있는 13일로 하루 앞당겼다. K대 법학과의 한 교수는 한국팀이 16강에 오를 경우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를 아예 1주일 미루기로 했다. ◆ 야근 시간도 늦춰 =월드컵 한국-폴란드 전을 앞두고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달성공단에 위치한 한국델파이㈜ 공장은 야근 시간을 경기가 끝난 뒤로 늦췄다. 2교대 근무인 이 회사 야근자 2백여명은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8시30분부터 시작하던 작업을 경기가 끝난 뒤인 오후 11시로 늦춰 시작했다. 이방실.주용석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