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이기준 전총장의 사퇴로 본격적인 후임 총장 선출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91년 총장직선제 도입이래 가장 많은 후보대상자들이 거론되는 등 교수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10일 서울대에 따르면 현재 교수들 사이에 자천 타천으로 오르내리는 총장 후보대상자는 13∼14명에 달한다. 우선 지난 선거때 도전했던 송상현 법대 교수와 장호완 자연대 교수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여기에 3선째 연임중인 공대 이장무 학장과 지난 2월 사회대 학장으로 부임한 정운찬 학장 등 현직 학장단 중 5∼6명의 출마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현구 현 부총장도 주위의 출마 권유를 받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4∼5명의 교수도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입소문이 퍼져 있다. 총장 선출 절차는 각 단과대별 교수로 구성된 `총장후보 선정위원회'가 후보 대상자들을 5명 이내로 압축, 전체 전임교수의 투표에서 상위득표자 2명을 뽑아 총장후보로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총장후보 선정위원회 구성부터 임명까지 7주 가량 걸린다. 이번에는 특히 지난 91년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어느때 보다 많은 대상자들이 거론되면서 선정위원회에서 후보 대상자 가운데 5명을 추리고 이들 5명이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뜨거운 선거전이 예상되며, 후보 난립에 따른 이상 과열 조짐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 주요 단과대별로 1∼2명 이상의 이름이 나돌면서 교수회관과 호암회관 등 교내 식당가는 벌써부터 점심,저녁 가릴 것 없이 교수들의 예약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후보 대상자는 아예 몇 달전부터 교수들을 찾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단과대별 야합이나 출신 지역이나 학교에 따른 줄서기 등 기존 정치권의 선거전과 같은 양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지적과 함께 간선제 도입이나 선거기간 단축, 1인2표제를 1인1표제로 개선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교수는 "총장 선거때 마다 두달 이상을 어수선한 분위기로 보내야 한다"며 "지성인의 전당답게 하루빨리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