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국제항공공사 CA129기는 사고 당시 지면과 어떻게 충돌했을까. 사고 현장을 조사한 건설교통부 사고 조사반과 탑승객, 대한항공 관계자 등의 추정에 따르면 기체의 머리가 위쪽으로 향하며 오른쪽 주날개가 제일 먼저 돗대산 8분능선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기체가 활주로로 가기 위해 우측으로 회전을 하며 오른쪽 날개가 밑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날개가 땅에 걸리면서 엔진과 함께 떨어져 나갔고 이 충격으로 동체 전체가 우측으로 돌기 시작하면서 랜딩기어가 지면과 충돌해 부러졌다는 것. 이어 꼬리날개 부분이 땅에 닿아 떨어져 나갔고 동체는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90도 회전하면서 2백여m를 미끄러지며 두동강 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사고기가 지표와 마찰을 일으키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화재는 처음 충돌이 일어난 사고기 우측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우측보다는 좌측에 앉은 승객들의 생존율이 높았다. 충돌상황은 당시 사고기의 속도가 시속 2백5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4초 정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조사팀이 현장을 재확인한 결과 사고기의 동체는 일단 세 토막난 뒤 다시 균열을 일으켜 현재는 여섯 토막으로 분리된 상태다. 사고기의 꼬리부분이 먼저 땅에 닿은 것은 "하강하던 중 갑자기 엔진출력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는 승객들의 진술과 꼬리날개 부분이 먼저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현장 상황으로 미뤄 기장이 뒤늦게 돗대산을 발견하고 갑자기 기수를 위로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동체에서 처음 떨어져 나간 꼬리쪽 공간을 통해 많은 승객들이 튕겨져 나와 생존자 수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sc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