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의 소화기내과를 찾는 환자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고민하는 질환은 뭘까. 바로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껍고 조금만 음식을 먹어도 배가 불러 더 이상먹기가 싫어지는 질환이다. 은행원 교사 택시운전기사 등 업무와 관련해 늘 신경을 쓰는 직업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이 병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 또 원인이 복합적이고 명확하지가 않아 의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소화불량의 원인=가장 중요한 요인은 위·십이지장에 나타나는 염증과 궤양이다. 이 질환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의한 감염 등에 의해 유발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궤양이나 담석증 암 등이 없는데도 식사를 하고 나면 가스가 차고 토하거나 식사 후 얼마되지 않아 만복감을 느끼는 질환이다. 이를 '비(非)궤양성 소화불량'이라고도 하며 흔히 '신경성 위장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최근 12개월 동안 적어도 12주 이상 윗배에 불편감과 복통을 겪을 때로 규정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경우 내시경검사를 해보면 만성위염이 흔히 발견된다. 민영일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을 만성위염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으나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은 만성위염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만성위염이 심하다고 해서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도 따라서 심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능성소화불량 증상은 수 년 또는 수십 년 지속되면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되풀이한다"며 "몸 상태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예민한 성격을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질환으로는 과민성 대장증후군(IBS)이 있다. 대장 등 아랫배에 설사나 변비가 흔히 일어나고 가스가 차는 증상을 나타내는데 소화능력에는 지장이 거의 없다. 이밖에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키는 역류성 식도염,위암,담석,간경화 등도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증상에 따른 심층적 이해=기능성 소화불량도 크게 3가지 패턴으로 분류된다. △식사후 얼마 안 돼 배가 부른 조기 포만감,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며 뱃속이 갑갑한 증상이 주가 되는 위운동 장애군 △위·십이지장 궤양처럼 속이 비면 쓰리고 아프다가 음식을 먹으면 가라앉는 궤양 유사증상군 △역류성 식도염처럼 가슴에 열이 나는 느낌이 있고 신물이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 유사증상군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많은 게 위운동 장애군이다. 이런 3가지 분류에 따라 치료대책도 달라진다. ◇치료법=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신경안정제나 우울증치료제를 사용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위운동 장애군 환자의 경우는 위 운동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약을 투여하게 된다. 이런 약으로는 메토클로프라마이드 돔페리돈 이토프라이드 레보프라이드 등이 있다. 식도 하부와 위의 상부에 신경과 근육층이 뭉쳐있는 곳에 작용해 위장관운동을 촉진시킨다. 위장관운동을 촉진하는 효과는 메토클로프라마이드 돔페리돈 레보프라이드 이토프라이드 등의 순으로 강하다. 메토클로프라마이드와 돔페리돈은 효과가 강하고 값도 싸나 졸음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레보프라이드와 이토프라이드 등이 점차 많이 처방되고 있다. 궤양 유사증상군에는 제산제나 위산분비억제제,역류성 식도염 유사증상군에는 위산분비억제제 위운동촉진제 등을 복용한다. 정신요법도 효과적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신경이 예민하거나 우울증이 있거나 신경을 쓰면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치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