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온 한국 공군의 차기 전투기(F-X) 사업이 미 보잉의 F-15K 도입 쪽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 사업은 총 4조259억원을 투입, 오는 2009년까지 고성능 다목적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국민의 정부 최초의 대형무기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 규모와 전력화 시기, 추진 방법, 경쟁입찰, 기종결정 등 전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미 보잉의 F-15K 제시가는 44억6천만달러(5조8천738억원.기준환율 1천317원)로서 1조8천억원 정도를 초과하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예고된다. ◇전력화 시기와 목표량 = 공군이 처음으로 소요제기를 한지 6년후인 1994년 합참은 JSOP(합동전략목표기획서)을 통해 한반도 안보를 위한 적정 전투기 규모인 500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2002∼2005년 사이에 차기 전투기 120대를 요구했다. 이에따라 국방부는 95년도 국방중기계획 작성시 99∼2005년말까지 120대의 전투기 확보계획을 수립했으나 그후 해마다 중기계획을 수정, 그 규모를 축소했다.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97년도 국방중기계획 작성시에는 착수시기를 2000년으로늦추고 목표량도 60대로 축소시켰으며, 98년에는 국가 초유의 IMF 한파를 맞아 다시2001년 착수에 40대로 축소시켰다. 그것은 또다시 기종결정을 둘러싼 논란과 재원문제 등으로 착수시기가 2002년 5월로 한 차례 더 늦춰지게 됐다. 그 결과 F-X의 첫 인도시기도 2002년에서 2005년으로 잇따라 순연됐다. IMF 사태와 환율의 등락으로 총사업비도 부침을 겪었다. 98년 작성한 국방중기계획(`99∼2003년)에는 원.달러 환율 800원을 기준으로 총 60대에 3조9천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했으나, 99년 중기계획에서는 40대에 4조3천억원(환율 1천200원)으로 규모는 줄었으나 총사업비는 오히려 늘었다. 그후 2000년 작성한 중기계획부터는 환율 1천100원을 기준으로 40대에 4조295억원으로 총사업비를 조정한 뒤 지금까지 계속 총사업비를 고정해 놓고 있다. 이처럼 획득수량이 최초 120대에서 60대, 다시 40대로 대폭 줄어들면서, 연구개발하기에는 투자비용 대 효과가 낮고, 국내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공군의 전력화 요구시기를 맞추기 어려워 해외구매로 결정했으며, 직구입 또는 기술도입 등 도입방법은 국익에 유리한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최종 기종결정 단계에서 결정키로 했다. ◇IMF 사태 여파 = 국방부는 문민정부 말기인 97년 11월4일 국방장관 명의로 관보와 인터넷, 국방일보를 통해 F-X 사업 획득계획을 공고했다. 이에 따라 F-15K, 라팔, 유러파이터, 수호이-35 제작사가 제안서를 제출, 국방부.공군 등 사업추진팀이 본격 검토에 들어갔으나, 곧이어 불어닥친 IMF 한파를 맞아 환율이 폭등하면서 이 사업은 2년 넘게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국방부는 무기체계 획득기간이 장기화, 전력화 시기를 제때 못맞추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00년 1월1일자로 시험평가를 위한 제안요구서와 협상을 위한 제안요구서를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방부 획득관리규정을 개정, 발효시켰다. ◇사업추진 경과 = IMF 사태를 어느정도 벗어난 99년 6월8일 국방부는 공개설명회를 열어 한국 공군의 전투기 구매계획을 세계 각국에 설명했으며, 이듬해인 2000년 6월30일 이들 4개업체로부터 성능, 가격, ILS(통합군수지원), 절충교역 내역 등이 담긴 통합제안요구서를 접수,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섰다. 이에 공군은 시험비행조종사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시험평가팀(팀장 조주형 대령)을 구성해 비행특성, 무장능력, 항공전자장비 성능, 신뢰성.정비성, 후속군수지원 등 5개 분야 280여개 세부평가 항목에 대해 2000년 6∼8월 국내 시험평가에이어 8∼12월 4개 업체 현장을 직접방문, 국외 시험평가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F-15K와 라팔, 유러파이터, 수호이-35 등 4개 기종 모두 공군의 작전요구성능(ROC)에 부합되는 우수한 항공기로 확인돼 `전투용 사용가' 판정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F-X 협상팀(팀장 조달본부외자부장 채우석 예비역준장)은 2000년 9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약 15개월간 가격과 계약조건, 절충교역 및 항공기 인도일정등을 놓고 4개 외국업체와 장기간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였다. ◇절충교역 협상= 국방부는 F-X 사업이 경제성을 감안, 해외직구매로 결정되면서 국내 항공산업이 공동화(空洞化)될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핵심기술 이전 및 민수물량 확보에 협상의 승부를 걸었다고 최동진 국방부획득실장은 전했다. 그같은 전략에 따라 4개 제작사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2001년 4월 국방부는 무기구매 사상 처음으로 절충교역(군사장비를 획득할 때 기술이전, 부품 역수출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 비율을 대폭 상향조정했다. 당초에는 총 계약가의 30%에 해당하는 절충교역 비율을 이 때 무려 70%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모험'을 단행,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따내게 됐다. 하지만 미 보잉이 최초 제시가보다 3억달러 정도를 인상시킴으로써 국방부 설명과는 달리 절충교역 비율이 64%에 그친 것은 앞으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업강행.연기 논란 = 4개 경쟁업체, 특히 미 보잉과 프랑스 다소의 경쟁이막바지 더욱 치열해지면서 사업의 강행이냐 연기냐의 논란도 거세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당초보다 인상되면서 총 사업비 4조295억원이 30억달러(1천320원 기준) 수준에 불과, 계획예산을 2조원 이상 초과하는데다, 국민의 정부 임기말에 정치적 선정 의혹도 불거지자 연기 주장이 한때 힘을 얻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업착수 목표연도가 2001년에서 2002년으로 다시 늦춰졌고, 지난 2월 가격협상에서 우리의 목표가에 들어오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자 차기 정부로 선정연기설도 대두됐으나, 공군의 반발 등 후유증을 우려해 강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1단계 평가결과 발표직전 열린 27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부 부처에서 외교문제와 남북관계 등을 고려, 사업 연기를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막판까지 이 사업이 무기연기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기종평가 방법 = 국방부는 2년 가까이에 걸친 KIDA의 `F-X 기종결정 평가방안'을 토대로 2001년 11월30일 산.학.연.군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연데이어 군 내외 전문가 2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통해 2단계 평가안을 만들었다. 1단계는 ▲수명주기 비용 35.33% ▲임무수행능력 34.55% ▲군운용 적합성 18.13% ▲기술이전.계약조건 11.99% 등으로 하고, 기종별 평가점수가 근소차인 3% 범위를넘을 경우 1위를 기종으로 결정하고, 3% 범위안에 들면 2단계로 넘어가 한미동맹관계 등 `정책적 고려'를 통해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2단계 평가방안을 놓고 라팔이 유리한 기술이전 부분의 가중치를 낮게 설정하고, 근소차 3% 기준을 결정한 배경 등을 놓고, `결국 F-15K'로 가기위한수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그후 기준점수 국방부의 `60∼100점 유지' 지시와 공군대령의 국방부획득실장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ly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 유.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